5·18 당시 신군부의 탄압으로 제 구실을 못했던 기성 언론 대신 대학가를 중심으로 활발한 진실 알리기 운동이 전개됐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

6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박진우 재단 연구실장은 최근 '대학신문에 나타난 5·18의 보도 형태 연구: 학원자율화 조치 이전 시기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박 실장은 논문에서 1980년 5·18민주화운동 전후 기성 언론과 대학 신문의 보도 형태를 비교·분석했다. 5개 중앙 일간지를 비롯해 서울대·전남대·조선대 등 전국 24개 대학 신문을 분석한 것이다.

박 실장은 "1980년 5월 15일 전후, 기성 언론에서는 '학원으로 돌아가자' '거듭 자중을 당부한다' '상가 대낮부터 철시, 생업 지장' 등의 사설과 기사를 내보내며 학생들의 시위를 비난했다"며 "1980년 5월 거의 모든 언론이 광주 시민의 비명과 함성을 대변하기 보다, 폭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작·왜곡으로 일관한 신군부의 발표를 마치 진실인 듯 앵무새처럼 반복 보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성 언론이 오랫동안 5·18에 대한 침묵과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몇몇 대학신문은 1981년 5·18 1주기 전후 직·간접적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리고자 했다"며 대학 신문들이 진실 보도에 힘쓴 점을 강조했다.

실제 서울대에서 발행한 대학신문은 1981년 5월 11일자 칼럼 '18일의 그날, 광주사태라고 불리어지는 민족의 비극'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강원대의 강대신문은 같은 해 5월 18일자 1면에 지난해 5월 학원소요사태와 관련해 계엄법 위반으로 청주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강원대 학생들의 특별사면 소식을 전하는 방식으로 5·18을 알렸다.

성균관대의 성대신문도 5월 25일자 1면에 5·12교내시위로 6명이 구속되고 9명의 학생이 제적 처리됐다는 내용을 실었다. 이들은 학내 건물 옥상에서 반정부 유인물을 뿌리며 학생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연행됐다. 당시 시위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살포된 유인물이 '5월 광주사태를 기억하자'는 문구가 쓰인 현수막으로 확인되면서 대학 신문이 간접적으로 5·18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는 분석이다.

전대신문은 1981년 5월 '남으로만 흐르는 5월의 하늘'이라는 제목의 사진 한 장을 게재했다. 사진에는 시민군의 최후 항쟁지였던 전남도청과 시민대회가 개최됐던 도청 분수대가 담겼다. 사진 설명으로는 5월의 주요 일정을 알리는 5월의 메모를 적어두면서 5일 어린이날, 6일 성년의 날, 11일 석가탄신일을 나열하고 마지막 일정 한 줄을 빈칸으로 남겼다. 박 실장은 "(전대신문은) 직접적으로 5월 18일을 연상시킬 수 있도록 공백을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조선대 신문사 기자들은 별도의 신문 이른바 지하신문을 제작하기도 했다. 1983년 6월에 발행된 지하신문 2면에는 기자 일동의 '우리들의 입장'이 게재됐다. 조선대 신문은 해당 입장문을 통해 "객관화되지 못한 보도, 보도기사의 미비, 비평기능의 저하, 구문이라는 오명을 면치 못하는 늑장 보도 등으로 올바른 학내 여론의 반영과 조성에 기여하지 못했음을 우리 기자는 다시 한 번 통감한다"고 밝혔다.

박 실장은 "5·18을 기억하고자 노력했던 대학생들과 대학 신문들 덕에 통제와 탄압 속에서 진실이 조금씩 알려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