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구서 홍준표 만나…당내 입지 넓히나

홍준표 인수위 사무실 찾아 10여 분간 대화
감사패 수상 행사 왔지만…당협 관계자 만나
'돈독한 사이' 洪과 차기당권 호흡 맞출 수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보수의 심장인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과 대화를 나눴다. 3선 중진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은 것이다. 당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3시20분께 대구 동구에 있는 홍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사무실을 찾아 홍 당선인과 이야기를 나눴다.

안 의원은 홍 당선인과 10여 분 이야기를 나눈 후 사무실을 나와 "서로 당선에 대한 축하 덕담의 말씀을 나눴다"며 "특히 제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할 때 바쁘신데도 축사 영상을 보내주셨다. 그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단체장 당선인 중 홍 당선인을 처음 만났다'는 질문에 "오늘 대구에서 여러 일정이 있었다. 그럴 때 당연히 인사드리는 게 도리"라며 "(홍 당선인이) 정치 선배이기도 하고 제가 고민될 때 여러 가지로 조언을 많이 해주시던 분"이라고 답했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대구로 내려온 것 아닌가'라는 말에는 "2년 전 코로나19 의료봉사한 것 때문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감사패를 주신다고 해 오게 된 것"이라며 설명했다.



안 의원은 홍 당선인을 만나기 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50차 코로나19 극복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대구시는 이날 대구 지역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의료봉사를 한 안 의원과 부인 김미경 교수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그러나 안 의원의 대구 방문은 차기 당권을 위한 당내 입지를 넓히기 위한 목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의원은 이번 대구 방문에서 홍 당선인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 현역 의원과 당협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는 안 의원 내외가 코로나19 의료봉사를 한 곳이기도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보수의 심장'인 지역이다. 주로 제3당에 있었던 안 의원이 처음으로 보수 정당에 들어온 만큼 대구 민심을 기반으로 당내 입지를 다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앞서 전날 MBN 인터뷰에서 당권 도전 계획을 묻는 말에 의원실 구성과 100명이 넘는 의원들을 먼저 만나는 게 우선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안 의원은 "그분들과 어느 정도 친숙해지고 서로 가진 생각들을 공유하고, 어떤 점이 같고 어떤 점이 다른지 파악해야만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게 최우선 순위"라고 말해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또 한나라당 시절부터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대표, 대선 후보 등을 거친 홍 당선인과 만나 차기 당권 확보 과정에서 호흡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과 홍 당선인은 지난 대선 때부터 사이가 좋았다.

안 의원은 지난해 12월2일 홍 당선인이 운영하는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 "왜 청년들은 홍준표 의원님을 좋아하고 열광할까요.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라는 글을 직접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사용한 아이디는 '찰스형'이었다.

이에 홍 당선인은 안 의원의 글에 "저도 잘 모른다"면서 "다만 진심으로 대하고 거짓말 안 하고 공감하니까 그러는 게 아닐까요"라고 댓글을 달기도 했다.

홍 당선인은 앞서 안 후보를 정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한 청년의 주장에 "(안 대표는)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한 청년이 "안 후보는 자기 깜도 모르고 정치에 덤빈 사람"이라고 쓴 글에는 "좋은 사람입니다", 안 후보에 대한 평가를 묻는 게시물에는 "The good friend"(좋은 친구)라고 남겼다.

한편, 안 의원은 이날 오후 6시께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대구 법률사무소 방화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 추모식에 참석해 고인들의 넋을 기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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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