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공약한 초등학생 태블릿PC 지원과 읍면지역 고등학생 교통비 지원 예산이 제주도의회 심사 과정에서 대폭 삭감된 가운데 제주도교청이 학부모들을 '희망고문'하고 있다는 쓴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도교육청이 2022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법적 근거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예산을 짜 비판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고의숙 의원(교육의원·제주시 중부)은 28일 제408회 임시회 중 속개한 예결위 3차 회의에서 "도교육청이 이번 추경 예산안을 준비 점수를 10점 만점에 5점 이하로 밖에 줄 수 없다. 도민들을 '희망 고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의원은 "농어촌 고등학생 통학비 지원은 제 공약이기도 하다"며 "관련 예산이 올라왔을 때 법률적 근거가 뭐냐 물었더니 제주특별법으로 하면 된다는 답변을 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이 사안은 해당 시도 조례로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을 어기면서 특별법에 따라 지급한다는 판단은 심각하다"며 "이런 검토를 안 한 상태에서 추경에 급하게 올리면 지역주민과 학부모는 '의원들이 발목 잡았다'고 할 것 아니냐. 도민과 학생에게 희망을 줬다가 뺏는 상황을 누가 만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마트 기기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고 의원은 "학교 현장이나 학부모의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가 없었다"며 "중장기 예산 계획 속에서 향후 몇 년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사업인데 타당성 검토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순문 도교육청 부교육감은 "(예산 준비에 대해)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면서도 "조금 변명 드리자면 준비하기에 쉽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다. 인수위가 마지막까지 공약 과제 정리를 확정하지 못한 부분 있었고 예산 준비 기간이 보름 정도밖에 없어 아쉬운 점이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도교육청이 제출한 올해 첫 추경에 대해 계수조정을 통해 총 94억4500만원을 감액하는 것으로 손질했다.

김 교육감의 주요 공약이었던 초·중학생 스마트 기기 지원 사업 161억원 중 42억원이 감액됐고, 농어촌 고등학생 통학버스 교통비 지원금 44억원 가운데 39억원을 삭감했다.

이에 따라 당초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지원하려던 태블릿PC는 지급이 불가해졌고, 중학교 1학년 학생에게 주는 노트북의 경우에는 대여 방식 등 세부적인 관리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으로 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