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유치하려면 인재 필요…지방대가 매개체 돼야"

교육부 지역혁신 대학지원체계 부산 간담회
박형준 시장 "지역 내 수평적 협력체계 중요"

"기업은 사람을 보고 입지를 정한다. 지역 입장에서 기업 유치와 산업 특성화에 노력을 많이 한다. 기업에서는 '사람이 있냐' 제일 많이 묻는다. 산업 인력 양성이 중요하고 지방대가 매개 역할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교육부 출입기자단과 지난 21일 오전 부산시청에서 만난 박형준 시장이 교육부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로 침체된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내놓은 답변이다.

22일 대학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교육부가 갖고 있던 대학의 재정 집행 권한을 광역시도로 이양하는 내용의 라이즈 사업을 통해 지역 특성화 산업을 위한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기대감을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교육부 등 중앙 부처가 맡아 오던 대학 재정지원사업 예산 2조원 규모를 2025년부터 광역시도에 설치하는 전담 기관이 맡아 관리하고, 예산을 어떻게 쓸 지, 어떤 대학에 투입할지에 대한 계획도 지자체가 대학과 협력해 구상하도록 한다.

교육부는 그동안 중앙 정부 주도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지역과 지방대를 살리는 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설명해 왔다.

박 시장도 이런 방향성에 공감을 나타냈다. 그는 "중앙 집중적 정책 통해서 시책을 따라가게 하는 사업은 중앙정부 바라보기식 정책"이라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내 수평적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고 의사결정 권한을 지역 협력체계 주는 게 맞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원광해 부산테크노파크 지산학협력단장에 따르면, 부산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전국 대비 4.7% 수준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법인 순유출(191개), 지역 대학·대학원 졸업자 감소(4000여명)도 이어졌고 졸업생의 42.5%가 서울, 수도권 등 지역 바깥으로 취업해 유출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포털사이트 등을 바탕으로 유통, 각종 서비스 등에 진출하는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면서 대기업 본사가 지역에 내려올 유인책이 줄어가고 있다. 부산은 2015년부터 지자체가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지산학'을 내세우고 지역 내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산학협력센터를 운영하는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지역 기업이 강소형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 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 연구개발도 아니고 인재"라며 "지역사회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적재적소에 공급받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라이즈는 그런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지역 대학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간담회에 참석한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은 "지난해 17%였던 편입생 비율이 올해 30%로 늘었다"며 "취업이 잘 되니 은퇴하더라도 전문직 지속할 수 있는 게 특성화 분야라는 점을 학생들도 알고 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대학은 특성화에 매진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교육계에서는 라이즈 사업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라이즈 사업 계획이 뒤바뀌거나, 과감하게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학을 솎아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라이즈 체계로 주어지는 권한은 굉장히 제한된 영역이고, 대학 정원 결정 권한을 가질 리 없다"며 "부산은 지방정부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고등교육협의체를 이미 만들었다. 시장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협의체를 법인화하고 집행기구를 두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라이즈 시범 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지역 중 한 곳인 부산을 택해 출입기자단과 시장, 관련 기관, 지역 대학 총장 간담회를 추진했다. 라이즈 시범 지역은 부산 외에 경남·경북·대구·전남·전북·충북이 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부터 라이즈 체계를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에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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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