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제주포럼 "천직으로 여긴 물질, 바다에 희망 없어"
"물질하다 보면 바닷물 먹는데 목숨 바칠 이유 있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제주해녀들이 천직으로 여기던 물질을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우려하면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제주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31일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JEJU)에서 열린 제18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에 따른 제주해녀문화와 바다환경의 변화' 세션에 참석한 해녀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한 근심을 털어놨다.
올해 70세로 물질 경력이 50년 이상인 김계숙 (사)제주해녀협회 부회장은 기조연설에서 "바다에 희망이 없다"고 암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김 부회장은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바다가 오염되고 있는데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앞으로 10년은 더 해 보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 오염수가 위험하다는데 물질하면서 목숨 바칠 이유가 있나. 방류되면 (물질을) 그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도 고내어촌계 계장인 고성자 해녀는 일각에서 "오염수가 안전해 마셔도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비판을 쏟아냈다.
고 계장은 "물질은 천직으로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며 "물질을 하다 보면 바닷물도 먹게 되는데 우리는 어떡해야 하느냐. 자식들도 모두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TV를 보니 한 영국 교수가 '오염수는 안전하니 마셔도 된다'고 하더라"며 "만약에 안전하다면 일본에 산도 많은데 거기를 파서 묻거나 자기 나라에서 분수대도 만들고 돈도 벌지 왜 바다로 내보내느냐. 자기들도 걱정이 되니 방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해녀들은 원전 오염수 방류로 제주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에도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60대 이상 해녀가 90%를 넘어서고, 70대 이상 해녀도 75%에 육박하면서 젊은 해녀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원전 오염수 방류로 현직 해녀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현재 도내에서 활동하는 해녀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200여명으로 지난 2016년 4005명보다 약 800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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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