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인기 ‘씨 없는 수박’…내달 출하 앞두고 폐기 처분할 판

논산시 성동면 삼호리 ‘수박마을’…비닐하우스 침수 수박 농사 망쳐

“수박 농사 지은 지 40년 만에 이런 물난리는 처음이다. 수확은 고사하고 철거를 해야하는 데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충남 논산시 성동면 삼호리에서 40년째 수박 농사를 짓고 있는 조장원 씨는 “올해 수박 농사는 망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 씨는 아직도 물에 잠겨 있는 비닐하우스를 가르키며 “물이 많이 찰 땐 어른 키 높이만큼이나 물이 찼다”면서 “건질 게 하나도 없다. 끝났다”며 고개를 숙였다.

16일 오전 5시 40분께 논산천 제방이 붕괴되면서 삼호리, 원봉리 일대가 물에 잠긴지 하루 반나절이 지났지만 비닐하우스에 고인 물은 빠지지 않았다.

조 씨의 비닐하우스 역시 물이 빠지지 않아 접근조차 불가능해 물이 빠지기 만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조 씨가 가장 힘들어 하는 건 애지중지 키운 수박(씨 없는 수박)을 다음달 출하를 앞두고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2000여 평 8동 모두를 폐기하거나 철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보다 더 억울한 건 집중호우가 예상돼 중장비를 동원해 비닐하우스 근처에 논두렁을 쌓고 양수기 5대를 동원해 물을 품어 냈는데도 제방이 붕괴되면서 한순간 침수돼 모든 걸 잃게 했다.


“여름철 과일인 씨 없는 수박은 보통 6-8kg 때 내다 파는데 현재 3-4kg 정도 자란 수박을 모두 폐기해야 하니 속상할 뿐입니다.”

이 마을 김영초 이장은 “우선 당장 수박 넝쿨을 걷어내고 달린 수박을 들어내야 하는데 이 작업도 만만치 않다”면서 “군의 대민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거들었다.

씨 없는 수박은 보통 출하 가격이 1만~1만 2000원 정도로 소비자들이 사 먹을 땐 1만 8000~2만 원 정도 줘야 한다.

조 씨는 “애지중지 키운 농작물이 물을 담그게 되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농민들도 매우 힘들다”면서 “피해지역을 우선적으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농민들에게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씨의 수박 비닐하우스와 불과 500여m 떨어진 토마토 육묘장 11개 동 4200여 평도 물에 잠겨 육묘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시피 했다.

일부 출입이 가능한 비닐하우스에는 인부들이 토마토 육묘를 꺼내 씻어내는 작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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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 박미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