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30년 이하는 안돼” 경주시체육회장, 폭언·갑질 의혹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 ‘성폭력 및 가혹행위 여부 확인서’ 제출

경주시체육회장이 시청 소속 남녀 선수들을 대상으로 비싼 양주를 요구하는 등 폭언과 갑질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20년 고 최숙현 선수 사건으로 아직도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체육회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 충격을 더한다.

11일 체육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이 최근 경주시 체육 부서에 ‘성폭력 및 가혹행위 여부 확인서’를 제출하고 후속 조치를 요구했다.

일부 남자 선수들이 연봉협상이 끝난 뒤 ‘난 발렌타인 30년산 밑으로는 안돼’라는 체육회장의 말에 돈을 모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술은 시중가 70만~100만 원 정도에 판매되고 있다.

또 경기장을 찾은 회장이 선수와 감독을 향해 ‘이XX, 똑바로 못하면 연봉 삭감하고, 팀도 없애 버릴거야’라며 겁박하고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언과 폭행을 반복했다.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수시로 ‘선수 인원을 줄이겠다’ 등의 발언을 일삼아 훈련에 집중할 수 없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체육회 직원과 감독 등 다수가 보는 앞에서 여자 선수의 겨드랑이 옆 팔과 귓불을 만지는 등 성추행 의혹도 전해졌다.

이와 관련 경주시 관계자는 “여자 선수들과 상담 후 체육회장과 즉시 분리 조치하고 접촉을 제한했다”면서 “선수와 감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마치고, 직영 관리 등 해결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현재 선수들은 운동을 지속해야 하기에 외부에 알려지거나, 회장이 알게 돼 불이익을 받을까 불안해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고 최숙현 사건으로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엄중한 조사와 후속 조치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주시청 소속팀은 육상 5명, 트라이애슬론 5명, 우슈 11명, 여자검도 7명 등 총 28명의 선수와 감독, 코치가 뛰고 있다.

그중 여자검도는 선수 2명과 감독이, 우슈는 선수 3명과 감독이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비하는 등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재선된 경주시체육회장은 폭언과 폭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기량 있는 선수들을 영입해 최고의 팀을 만들고 선수 연봉과 처우 개선에도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여준기 체육회장은 “여자 선수들과의 신체 접촉은 농담과 장난으로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술은 명절 선물인지는 모르겠으나, 선수들에게 요구한 기억은 없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