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수사 상황, 피의자에게 알려준 경찰관, 집행유예

자신이 불송치한 사건의 피의자에게 검찰의 재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7단독(판사 서희경)은 공무상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기소된 A경위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경위는 부산경찰청으로부터 부산시교육감 선거 당시 홍보를 위해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던 전직 대학총장 B씨 사건을 맡아 수사하게 됐고,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A경위에게 재수사를 요청했고, A경위는 B씨와 B씨의 변호사 C씨에게 재수사 요청서 등 수사상황을 알려준 혐의를 받았다.

당시 A경위는 B씨에게 전화해 "검사한테 재수사 요청이 내려왔는데, 내용이 심각하다. 검사의 생각이 틀렸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빨리 만들어 달라"고 했다.

재판에서 A경위 측은 검사의 법리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돼 재수사 요청을 수긍할 수 없어 B씨의 방어권 행사의 기회를 보장하고자 재수사 요청 취지를 알려준 것이지 공무상 비밀을 누설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경위 측은 또 검찰의 재수사 요청 내용도 법리 판단을 재검토해달라는 취지이므로, B씨 등에게 재수사 요청의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기능 장애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경위가 B씨 등에게 전달한 재수사 요청의 내용은 외부에 누설돼서는 안 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로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고, 이는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것에 해당한다"면서 "그럼에도 A경위는 수사대상자에게 재수사 요청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리고, 검사의 의견과 그 근거가 되는 사실 인정 및 법리 판단, 향후 수사 방향 등을 전화로 그대로 읽어줬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A경위는 B씨가 정식으로 선임하지 않은 C씨에게 재수사 요청의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수사 방법이라고도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재수사하기는커녕 자신이 해야 할 수사 의무와 책임을 다하지 않고 기존 불송치 결정을 관철시키면서 수사대상자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함께 대응 방안을 모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경찰관의 법 집행에 대한 공정성과 신뢰가 훼손된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A경위가 이 사건과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거나 기타 유착관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수사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 여러 양형 요소를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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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