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나선 제주 주민들…"폐기물업체 불법 눈 감아주는 행정 규탄"

부실한 환경조사서, 허가한 제주시
수질·토양 오염…150m 인근 식수원
"환경파괴 조사하고 대책 마련해야"

제주 한 마을 주민들이 폐기물 업체의 불법 행위를 눈감아주고 지하수 오염을 방치하는 제주도정을 규탄하며 거리로 나섰다.



재단법인 이시돌농촌산업개발협회, 금악리 마을회, 천주교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회, 제주참여환경연대 등 250여명은 7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성이시돌 피정의집에서 '공공하수쓰레기 불법 처리 비호하며 환경파괴 지하수 오염 방치하는 제주 행정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하수가 위험하다, 여기서 폐기물 처리 절대 안돼', '거짓 환경조사서 인정하면 제주시는 상습 불법사업자 편이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며 약 1.7㎞ 떨어진 서귀포시 안덕면 소재 A폐기물업체까지 도보 행진을 이어갔다. A업체는 인근 5곳 공공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하수 슬러지를 처리하는 업체다.

행진을 마친 뒤 인근 공터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이들은 "제주도와 제주시는 즉시 A업체가 그동안 저질러온 환경 파괴와 불법 행위를 조사해 그에 따른 강력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라"며 "지하수를 비롯한 주변 환경 피해를 복구, 보전할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금악리 주민이라면 누구나 A폐기물업체 처리장 증설’이라는 소식을 듣자마자 수 십년간 따라다닌 지독한 악취의 기운을 느꼈을 것"이라며 "그동안 셀 수 없는 주민 민원과 진정, 수십 차례 행정의 단속과 처벌, 도의회를 비롯한 지역 공동체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그럼에도 A업체는 보란듯이 처리 용량을 3배 이상 키우고, 유해물질을 쉼 없이 내뿜는 소각장까지 들이겠다는 사업계획을 제출했다"며 "제주 행정은 이를 소리소문 없이 일사천리로 승인해 줬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A업체의 이러한 계획이 주민의 생존권, 호스피스병원 환자 및 요양원 어르신들의 건강권, 청소년들의 교육권 등과 절대 양립할 수 없음을 알기에 증설에 반대하고 행정의 허가 재고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한 행정의 대답은 ‘절차상 문제 없음’과 ‘현실적 대안 없음’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절차상 문제 없음’은 엉터리 환경조사와 사업계획을 포함한 탈법적 행위를 눈감아주겠다는 의미"라며 "'현실적 대안 없음’은 지금도 계속되는 제주의 환경파괴, 특별히 지하수의 심각한 오염을 방치하겠다는 의지"라고 비판했다.

또 "공공 하수처리장 등에서 발생하는 농축 쓰레기를 제주도민의 식수원인 ‘지하수 1등급 보존지역’ 바로 옆에서 불법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를 용인하는 것도 모자라 대규모 증설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행정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반문했다.

이들은 "행정 역량을 총 동원해 조속히 하수 슬러지 등 공공 폐기물의 적절한 처리계획을 수립하고 도민들에게 설명, 이를 적극적으로 시행하라"고 피력했다.

한편 지하수자원보전 1등급 지역과 150m 떨어져 있는 A업체는 지난 2021년 제주시로부터 일 최대 하수 슬러지 처리 용량을 100t에서 300t규모로 증설하는 내용의 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A업체가 제출한 환경조사서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제주시의 인·허가 절차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 주변 야적장에는 수질과 토양이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 6일 출입 기자 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 제주시의 행정 절차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며 "공공부문에서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전국 업체를 대상으로 공모사업을 진행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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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