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고교 불법 촬영 대처 미흡…대책위, 공청회 요구

대책위원회 "학교와 교육청, 대책 마련 소극적"…18일 개최
도의회도 "교육청 관심 덜 해" 비판…도교육청 "공청회 참석"
피해 학교 3학년 '교장이 주는 졸업장 안 받겠다' 여론 형성

지난 10월 발생한 제주 고교 화장실 불법 촬영 사건에 대한 교육청과 학교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선 '교장이 주는 졸업장을 받지 않겠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14일 'A고 불법 촬영 피해 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대책위는 사건 이후 대처 현황과 향후 계획에 관한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제주도교육청에 보냈다. 공청회는 오는 18일 열릴 예정이다.

대책위는 "학교와 교육청이 사건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정황이 드러나고, 피해자 회복 지원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소극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공청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교육청의 미온적인 대처와 사건 축소 및 회피에 대한 교육가족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교육 행정에 대한 불신을 만회할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므로 철저히 준비해 적극적으로 협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제주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제주도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도 도교육청의 사건 처리 과정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경심 의원은 "아이들과 교사들이 지금 트라우마도 많이 겪고 있는데, 학교에 가서 아이들의 상황은 어떤지 등 물어보지 않고 있다"며 "교육청에서 관심이 덜 하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오경규 도교육청 교육국장은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피해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불러서 상담을 진행하기에는 2차 가해 등이 우려돼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특히 사건 초기 학교에서 초동 대처가 미흡했고 교장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학생들의 불신도 커지고 있다.

졸업을 앞둔 A고 3학년 학생 총 160여명 가운데 80여명이 참여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교장이 주는 졸업장을 받지 않겠다'고 응답한 학생이 과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도 공청회에서 교장·교감에 대한 감사 진행 상황과 처분 문제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0월18일 A고 재학생 B군은 교내 여자화장실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불법 촬영을 하다 적발됐다. 교사에 의해 발견된 문제의 휴대전화는 동영상 촬영 기능이 켜진 채 갑티슈 안에 들어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결과 불법 촬영은 과거에도 수 차례 학교 내 곳곳에서 이뤄졌으며 피해자만 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카메라등 이용 촬영)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B군은 사건 발생 50일 만인 지난 6일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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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