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랑의집' 보호자들, 시청·시설장 고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위조사문서행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주장
보호자 "시설 측, 자립 기초조사지·개인정보활용동의서 임의 작성"
시설장 "제주시서 공문 오니 진행"…시 "임의 작성 확인할 길 없어"

지난 여름 시설 폐쇄 행정처분과 함께 임시로 운영 중인 제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 입소자들의 보호자들이 제주시와 시설을 경찰에 고소·고발했다.



29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사랑의집 시설 입소자(2명)의 명의로 보호자 2명이 이달 사랑의집 원장 A씨와 부하직원 B씨, 제주시청 소속 공무원 C씨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위조사문서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제주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고소장에서 A씨와 B씨가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제주시로부터 받은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 공문과 관련해 입소자 측이 작성해야 될 '자립 기초조사지와 개인정보 수집 안내 및 이용·제공에 대한 동의서'를 보호자 측에게 사전에 고지하지 않고 동의 없이 직원들을 통해 임의로 작성·서명했다고 주장했다.

31명에 달하는 입소자들의 성명, 성별, 장애 유형, 장애 정도, 수급유무,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비롯해 가족관계 확인, 소득·재산·근로능력 등 민감한 정보까지 직원들에 의해 기재됐고 이를 동의하는 문서의 서명도 임의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랑의집 측은 지난달 6일 일부 보호자의 항의에도 해당 공문을 담당 부서인 제주시 장애인 지역사회 통합 돌봄 지원센터에 전달했다. 그러면서 보호자들에게 문자를 통해 '제주시의 협조 요청으로 해당 문서가 작성됐고, 심층면접이 진행된다'고 통보했다.

이를 인지한 일부 보호자들이 지원센터를 찾아가 해당 공문을 열람하려 했으나, 센터 측이 제주시 허가 없이는 보여줄 수 없다고 하면서 열람하지 못했다.

보호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제주시청 담당 공무원 C씨가 사전에 센터 측 관계자에게 기초조사지 등 관련 공문을 건네주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보호자는 이 사건과 관련해 강병삼 제주시장과 C씨, 관련 공무원 D씨 등 총 3명을 개인정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 현재 제주서부경찰서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제주시로부터 공문이 접수됐고,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 처리한 것"이라며 "경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사과를 하겠다"고 말했다.

C씨는 "입소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 내부의 상세 사항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지 자립을 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입소자들이 성인이기 때문에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보호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절차대로 진행했고, 경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문제의 자립 조사기초지와 개인정보활용동의서는 보건복지부의 '2023년 시설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문서다. 자립지원 시범 사업은 국토교통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과 협력해 시설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주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기초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희망자를 발굴하고 자립지원위원회 검토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한다.

다만 사랑의집 보호자 측은 지난 7월 12일 시설 폐쇄 명령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용자들의 자립이 아닌 다른 시설로의 '전원'을 주장해왔다.

사랑의집은 입소자를 상대로 한 인권침해 2회, 학대 2회 등이 적발되면서 7월 12일자로 폐쇄 조치 명령을 받았다. 다만 입소자 30여명에 대한 전원이 이뤄지지 않아 최대 3년간 처분이 유예됐고, 제주시가 선정한 시설장이 임시로 운영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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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취재부장 / 윤동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