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중대재해법 한달 간 9명 사망…추가 유예 관심

1월27일 확대 적용 이후 22일까지 중대재해 9건
적용 유예 불발 후 정부 지원에도 잇단 사망사고
使 "유예 없이는 부작용" vs 勞 "여전히 언급 문제"
29일 본회의 '촉각'…中企 "불발 시 헌법소원 청구"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오는 27일 시행 한 달을 맞는 가운데, 이 기간 해당 사업장에서 10명에 가까운 노동자가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계는 이미 법이 시행된 만큼 사업장들이 안전에 더욱 신경써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경영계는 영세 업체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추가 유예를 거듭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확대 적용된 지난달 27일 이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 사고는 지난 22일 기준 9건, 이로 인한 사망자는 9명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면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법이다.

2022년 1월27일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 우선 시행됐으며, 2년 유예를 거쳐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5인 미만은 제외)까지 확대 적용됐다.

그간 정부 여당과 경영계는 법의 확대 적용에 앞서 영세 업체들의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2년 추가 유예를 촉구해왔다.

그러나 법 시행 전인 지난달 25일에 이어 시행 후인 이달 1일에도 여야가 이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국회 본회의 상정은 불발, 50인 미만 사업장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게 됐다.

일단 법이 시행된 만큼 고용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 추진을 서두르기로 했다.

83만7000개의 50인 미만 사업장이 자체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진단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하고, 여력이 부족해 안전보건 전문가를 채용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을 위해 '공동 안전관리자 지원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주말 동안 주유소, 미용실, 제과점, 음식점, 공사장 등 50인 미만 사업장들을 직접 돌며 사업주들과 만나 법 시행에 따른 중대재해 예방의 중요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노동자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법 시행 나흘 만인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30대 근로자가 집게차로 폐기물을 내리는 작업 중 집게 마스트와 화물 적재함에 끼어 숨졌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첫 중대재해법 적용 사례다.

같은 날 강원도 평창에서는 축사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던 중국 국적의 40대 하청업체 노동자가 5.6m 아래로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50대 근로자가 2톤 무게의 철제 코일에 깔려 사망했다.

이후에도 지난 22일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6건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추가로 발생해 고용 당국이 현재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이 한 달을 맞은 상황에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지난 22일 주요 기업들이 참여한 '중대재해 예방 정책 간담회'에서 "열악한 경영 여건 속에서 준비가 부족한 많은 중소기업들은 향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가 산업안전 대진단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없이는 부작용 해소에 한계가 있는 만큼 소규모 사업장 지원 확대와 법률 개정을 지속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통화에서 "법이 이미 시행된 만큼 사업주들은 지금이라도 사업장 안전을 위해 준비와 점검에 더 나서야 한다"며 "그러나 경영계가 여전히 적용 유예를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라고 했다.


당장 오는 2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도 관심사다. 총선 전 마지막 본회의인 만큼 사실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법 추가 유예 법안이 상정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원책만큼이나 중소기업인들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라며 "다시 한번 민주당에 요청한다. 부디 민주당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1일 본회의 상정 불발 이후 여야 간 의미 있는 논의가 없었던 데다 이번 본회의에서는 이른바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 법안) 재표결 여부가 최대 관심사인 만큼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소기업계는 29일 본회의에서 추가 유예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지난 2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중대재해법은 사고가 사업주 때문이라는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처벌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노동 전문 변호사들에 알아보니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의견이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 실장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처음 기소된 두성기업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했다가 기각되지 않았느냐"며 "명확성 원칙 등에 모두 위반되지 않는다고 이미 결론이 났는데, 이를 다시 다투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부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