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재정 예결산 없는 개인 사찰, 횡령 피해자 인정 어려워"
사찰의 시주금 등 재정 관리를 도맡다가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된 6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재정 운영 방식 등에 비춰 사찰을 횡령 피해자로 인정하기 어렵고, 입증 증거 역시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제2형사부(항소부·재판장 김영아 부장판사)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A(69·여)씨의 항소심에서 검사 항소를 기각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전남 순천 소재 한 사찰에서 신도 시주금·종교용품 판매금 관리 업무를 하면서 47차례에 걸쳐 총 1억 4835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사찰이 창건할 때인 2002년부터 사찰에 살며 밥 짓는 일을 하는 '공양주'나 주지 승려를 대신해 재정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후 주지 B씨와 신도들과 잦은 내홍을 빚다가, 신도회장 측의 업무상횡령 혐의 고발로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검사는 A씨가 사찰 공금을 자신과 아들의 개인 명의 계좌에 이체, 사찰을 횡령 범죄의 피해자로 판단해 기소했다.
그러나 1심에서는 해당 사찰이 공소사실 성립 전제인 '법인이 아닌 사단 또는 재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찰의 운영 절차·방식 등에 비춰, 주지 승려 B씨가 직접 관리·운영한 개인 사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제출된 증거를 볼 때 A씨가 B씨의 통장·도장 등을 도맡아 관리하면서 자금 이용에 명시·묵시적 허락을 받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특히 A씨는 사찰 창건 과정에 참여하고 자금까지 댄 점, A씨가 '공양주'로 일하는 동안 급여가 없었던 점, B씨가 사찰 재정 관리 절차·조직을 오랫동안 마련하지 않은 점 등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검사는 1심 판결에 불복해 사실 오인이라며 항소했으나, 2심도 A씨의 혐의 입증이 충분치 않다고 결론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사찰 재정의 예·결산 관련 절차나 논의된 바가 없다. 횡령 피해액 중 일부는 이미 신도들의 동의를 얻어 사찰 공용 차량 구입에 쓰인 점 등으로 미뤄, 사찰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른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주지 승려인 B씨를 피해자로 보더라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횡령이라 단정하기 부족하다. 원심 판단에 잘못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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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