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개발 이권비위' 퇴직 공무원, 알선수재 혐의도 무죄

"개발될 수 있는 땅, 시세차익 보장" 대가 챙긴 혐의 기소
법원 "증거만으로는 죄가 안 돼…결백은 아냐" 무죄 선고
먼저 기소된 '내부정보 투기' 혐의도 1심 집유→2심 무죄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혐의로 기소돼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무죄가 인정됐던 퇴직 공무원이 또 다른 비위와 관련해 다시 법정에 섰지만 이번에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22일 404호 법정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퇴직 공무원 A(66)씨와 B(6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친분이 있는 지자체 인허가 담당 공무원에게 청탁해 지인인 B씨의 땅이 사업부지에 편입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다며 주택개발 조합 측을 설득, B씨의 땅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데 관여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당시 B씨의 땅은 주거환경개선 지구로 지정돼 있어 조합 측이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 안으로 편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A씨는 B씨 소유 땅이 주거환경개선 지구에서 해제될 수 있고 관련 인·허가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며 조합 측을 꼬드겼다.

B씨 소유의 땅은 당시 시세로 70억원대였으나 A씨의 설득으로 조합은 아파트 개발 사업부지에 편입될 수 있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여러 차례 매매 계약 변경을 거쳐 B씨의 땅을 90억원에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조합 측에 인허가 공무원 청탁·알선 명목 경비를, B씨가 시세 차익 20억원을 거둘 수 있도록 도운 대가를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직접 7억8000만원을 땅 구매 자금으로 투자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시세와 매매대금 사이의 차액이 20억원인 점 등을 볼 때 담당 공무원의 알선 대가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는지 의심이 가기는 한다"며 "그러나 A씨와 땅 매매 계약 관련자들의 대화 내용 등에 비춰 해당 사업과 관련한 인허가 관련 기대는 할 수 있었으나 알선 내용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해당 토지 매매 계약 과정에서 투자자로서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추진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고 해서 관련자들이 A씨에게 불만을 표현하거나 항의한 정황 역시 없어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담당 공무원 알선에 대한 확약, 매매대금 상향과 관련해 A씨가 대가성 금품을 받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어 보여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 부장판사는 A씨 등에게 "결백하다는 뜻은 아니다. 유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결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 도시개발 부서 국장(4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A씨는 앞서 경찰의 공직자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비위 의혹이 드러났다.

쌍촌동 토지 매매계약에 관여한 혐의 외에도 A씨가 소촌산단 외곽도로 개설 사업 관련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앞서 2016년 12월부터 2019년 9월 사이 직무 담당자만 알 수 있는 개발 정보를 이용, 퇴직 임박 시점부터 광산구 소촌산업단지 외곽도로 개설 예정지 주변 땅 1127㎡를 친인척 명의로 사들여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부패방지법)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공소사실이 대체로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으나 지난해 1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원심을 깨고 A씨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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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본부장 / 최유란 기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