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인 이른바 '건축왕'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인천지검은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6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 심리미진 및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를 제기했다고 29일 밝혔다.
1심 재판부에서는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 세대의 기존 전세 보증금 전액을 모두 편취 금액으로 봤으나, 2심에서는 A씨에게는 2022년 1월, 공범 9명에 대해서는 2022년 5월27일 이후를 기준으로 ‘신규 체결된 전세 보증금’과 ‘증액된 전세 보증금’만을 편취 금액으로 인정했다.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계약을 갱신한 임차인들이 갱신 이전에 최초로 지급했던 보증금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
이에 대해 검찰은 “보증금 상환 자력 없이 계약을 갱신한 경우에도 사기죄가 성립한다”며 “공범들이 2022년5월27일 이전에도 보증금 반환이 곤란한 사정을 알면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해 항소심 판결에 불복한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정우영)는 지난 27일 2심 선고 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명의수탁자 등 공범 9명에 대해서는 4~13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각각 무죄 또는 징역 8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한 A씨 일당의 혐의 액수 148억원 중 68억원만 편취 금액으로 인정했다. 또 이들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1심을 무죄로 뒤집었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범죄일람표를 살펴보면, 2022년5월27일 이후에 공범들 사이에 ‘A씨의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5월27일 이후 임대차 계약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정이 보이고, 실제로 신규 임대차 계약보다는 증액 또는 동액으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보면,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5월 이후 임대차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A씨에 대해서는 2022년1월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같은해 5월27일 이후로 미필적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기간 중에서 신규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과 증액이 된 계약금에 한해서 69억을 편취금액으로 인정한다”며 “동액으로 체결된 계약에 한해서는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이 어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범행했다"면서 "범행 동기와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에 비춰 결과도 중하다"고 판단하면서 A씨에게 사기죄 법정최고형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이 2·3차로 기소해 별건 재판 중인 사건까지 합하면 같은 기간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665명, 피해 보증금은 약 536억원으로 늘어난다.
한편 A씨는 인천과 경기도 일대를 중심으로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2700채를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건축왕으로 불렸다. 미추홀구를 중심으로 전세사기의 실체가 드러난 지난해 2∼5월 동안 피해자 4명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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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 김 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