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 시공 내세우더니…새울 3호기, 내달→내년 하반기 준공 지연

준공 지연 벌써 5차례…2014년 사업 개시했는데 준공 '하세월'
공사비 10조원 넘어서나…'온 타임 온 버짓' 수출 전략 차질

다음 달 예정이었던 새울 3호기의 준공일이 내년 하반기로 미뤄진다. 함께 건설 중인 새울 4호기도 준공이 내년 10월에서 1년 정도 지연된다. 새울 3·4호기에 대한 준공이 다섯 차례나 지연되면서, 공사 비용은 1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의 강점인 '예산 내 적기 시공'이 어려워지며 원전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새울 3호기의 준공일을 당초 계획한 10월에서 내년 하반기로 조정한다. 새울 4호기 역시 목표 잡은 내년 10월 준공이 어렵다고 보고, 2026년 준공을 준비하고 있다.

준공이 지연된 배경에는 사고관리계획서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중대 사고 대처 설비가 추가로 필요해진 게 자리한다. 한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중대사고를 포함해 원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종합 관리하는 사고관리계획서를 접수해야 한다.

한수원은 앞서 2022년 새울 3·4호기 사고관리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한 바 있다. 필요한 설비 설치는 완료했지만 검증을 위한 시일이 예상보다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울 3·4호기 준공이 지연된 건 벌써 다섯번째다. 새울 3·4호기 건설은 2014년 9월 개시돼 2016년 6월 착공에 들어간 바 있다.

이후 2017년 원전 건설이 멈춰진 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준공은 5개월씩 지연됐다. 새울 3호기 준공 목표는 2021년 10월에서 이듬해 3월로, 새울 4호기는 2022년 10월에서 2023년 3월로 미뤄졌다.

여기에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영향으로 작업 시간이 줄어들며 새울 3호기는 2023년 3월로, 새울 4호기는 2024년 6월로 공사 기간이 늘어났다.

지난 2021년 2월 경주 지진 발생으로 내진 성능을 강화하기 위한 설계 변경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새울 3호기와 4호기는 각각 2024년 3월, 2025년 3월로 준공 시기가 다시 정해졌다.

그러다 2022년 11월 물환경보전법 시행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으로 폐수 처리 설비 설계 변경과 인허가 취득이 필요해지며 2024년 10월(새울 3호기), 2025년 10월(새울 4호기)로 준공 목표가 바뀐 바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2년 당시 사업 일정 조정으로 인해 공사 비용이 8조6254억원에서 9조8004억원으로 늘었다고 추산했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준공 지연으로 인한 공사 비용은 10조원을 단숨에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사업 일정이 확정되면 공사비를 재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새울 3·4호기 준공이 또 기약 없이 미뤄지며, 한수원의 원전 수출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수원이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정해진 예산으로 예정대로 준공)'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원전 수주에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7월 체코 정부는 24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하며, '온 타임 온 버짓'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정부는 원전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만큼 위험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수출에 힘을 싣기 위해 이번 달 체코를 직접 방문한다.

정범진 한국원자력학회 학회장은 "동일한 호기를 반복 건설하는 건데 규제 인허가가 쉬워지지 않는 게 문제"라며 "'온 타임 온 버짓'하고 관련이 있을 수 있겠지만 체코 정부에서 이 문제로 인해 계약을 안 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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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