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청년들 보증금 17억 가로챈 임대인…검찰, 징역 10년 구형

검찰 "서민 생활기반 무너뜨리는 중대 범죄"
피해자 "인생 송두리째 흔들려…엄벌 탄원"

"존경하는 판사님.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20~30대에 열심히 모은 돈을 모두 날린 것도 모자라서 50대까지 앞으로 인생에서 만져보지 못할 억대 대출금까지 갚아가며 살아야 합니다. 50대가 돼야 0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제 인생 어떡합니까."



부산 지역 청년들의 전세 보증금 17억4500만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A(40대)씨의 결심 공판에서 증인으로 법정에 선 전세사기 피해자는 이같이 호소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 이창민 판사는 9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전세사기 범행은 주택시장의 건전한 거래 질서를 저해하고 부동산 거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며, 무엇보다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서민의 생활 기반을 무너뜨리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A씨는 경제력이 부족한 임차인들의 전 재산과 다름없는 전세 보증금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피해자들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대부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A씨가 피해자들에게 받은 전세 보증금 피해를 회복시켜줄 방법이 있는지도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며 "부디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전세사기 피해자 B(30대·여)씨는 "지금까지 20~30대 열심히 모은 돈을 모두 날린 것도 모자라서 남은 대출금을 50대까지 갚아야 한다. 50대가 되어야 0으로 시작할 수 있는 제 인생은 어떡하냐"면서 "저는 투자를 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작은 안락한 집이 필요했던 사람일 뿐이다.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 C(30대)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대한민국에서 정의가 많이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지인들끼리도 '5~10억원 사기로 징역 2~3년이면 갔다 올만하지 않냐'고 한다"면서 "지금 전국에서 8명의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잃었다. 9번째 피해자가 저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는 지금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바다에 던져진 것 같다. 임대인은 100억원대, 200억원대 사기를 쳐도 잘 먹고 산다. 이런 상황일수록 피해자한텐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꼭 A씨를 엄벌에 처해달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선고 기일을 다음달 16일로 지정했다.

한편 A씨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9월까지 17차례에 걸쳐 보증금 17억4500만원을 임차인들에게 제때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소유한 수영구의 오피스텔 건물 실거래가는 48억~53억원으로 감정됐지만 A씨는 건물을 담보로 52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받아 경마가 진행될 경우 임차인들에게 정상적인 보증금 반환이 어려웠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A씨는 임차인들에게 전세보증금 반환에는 문제가 없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A씨의 오피스텔은 지난해 여름 스프링 건물 지하실이 침수돼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과 통신시설이 망가져 22세대의 임대인들이 15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모아 자력으로 수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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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