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예정됐던 소득요건 완화 연말로 밀릴 가능성
경제부총리 "부동산 대출 증가 속도 빠른 것이 문제"
국토장관 "정책자금 구입 가능한 인기지역 주택 ↓"
젊은 부부들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 믿을 수 없다"
저출생 해소를 위해 최저 연 1%대 저금리를 지원하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집값 상승의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면서 정부 수장들까지 갈짓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도입 1년도 안 된 정책대출 상품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자 당장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던 신혼부부나 예비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10일 신생아특례대출을 관할하는 국토교통부의 장차관과 경제부총리 모두 최근 정책 대출이 가계부채 상승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소 상반된 견해를 내놨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지난 6일 KTV에 출연, "필요하다면 가수요 관리, 정책 모기지에 대해서도 추가로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 "가계대출, 부동산 대출이 늘어난 부분이 있고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최근 스트레스 DSR 2단계 적용 등 대출 제한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나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신생아특례대출과 올 상반기 서울 강남권 등을 중심으로 나타난 집값 상승 현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박 장관은 전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특수한 지역 내 신축아파트에 수요가 쏠린 원인을 보자면 신생아특례대출 소득요건 완화 조치는 아직까지 실행도 하지 않고 있다"며 "정책자금이 많이 늘어나긴 했지만 정책자금으로 살 수있는 주택은 인기지역 내에는 많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대환 대출)에 저리로 최대 5억원까지 주택 구입 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다. 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가 대상 주택이다. 현재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1억 3000만원, 자산 기준은 4억6900만원이다.
국토부는 지난 4월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부부 합산 2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6월에는 2025년부터 2027년 사이 출산한 가구에 대해 2억5000만원으로 상향해 사실상 모든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집값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신생아 특례대출을 시작한 올해 1월 29일부터 7월 30일까지 6개월간 총 2만8541건, 7조2252억원의 대출 신청이 이뤄졌다.
이 중 주택 구입자금 대출(디딤돌) 신청은 1만9196건, 5조4319억원 규모로, 전체 75.2%를 차지했다. 그 중에서도 기존 대출 중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타기 위한 대환용 구입자금 대출이 2조4538억원(45%)으로 나타났다. 신생아 특례대출 출시 초기에는 대환 비중이 70%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그 비중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디딤돌 대출로 구입할 수 있는 주택 가격이 9억원 이하인 만큼 집값 상승과는 큰 연관이 없다는 목소리와, 중저가 주택에서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부추겼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도 당초 올 3분기(7~9월) 시행할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요건 완화 시기를 연말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가계대출 및 시장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시행 올해 안에 완화 시기를 정할 방침이다.
정책대출 도입 1년도 되지 않아 정부 내에서도 오락가락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자 아이 출산 또는 주택 구입을 앞두고 있었던 신혼부부들 사이에서는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혼 2년차로 서울에 전세로 거주 중인 A씨는 "소득요건이 완화된다고 하니 주변에서도 눈여겨 보고 임신·출산계획을 짜던 부부나 예비신혼부부들도 상당하다"며 "9월 들어 부동산대출 정책이 급변하는 것을 보니 갈팡질팡하는 경제정책을 믿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디딤돌 대출 등 무주택자 대출로 부모 도움 없이 자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주택은 평균보다 낮은 가격대"라며 최근의 고가 아파트 집값 상승 추이와는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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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