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기금으로 '탄핵 검사' 지원…검사동우회 규약 개정 추진

헌법소송 등 당사자 된 검사 소송비용 지원
대검, 검사동우회 소송 지원 범위 확대

대검찰청이 탄핵소추안의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 검사들이 모은 기금으로 소송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검은 검사들이 모금한 금액으로 소송 당사자가 된 검사를 지원해 주는 '검사동우회' 규약을 개정해 지원 가능한 소송의 범위를 전보다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일선 청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검사동우회는 1983년부터 운영된 검찰 내부 조직으로 현직 검사들의 상호부조를 위해 기금을 모으고, 이 재원으로 퇴직전별금, 가족 사망조의금 등을 지급해 왔다.

최근 대검 기획조정부가 일선 청에 보낸 '검사동우회 규약 개정 관련 의견조회' 문건에 따르면 대검은 검사동우회의 내부 규약을 개정해 소송 지원 분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행 검사동우회 규약상 검사가 직무를 하는 과정에서 민사소송의 당사자가 된 경우에만 동우회 기금으로 소송비용 등을 지원할 수 있는데, 이를 개정해 지원이 가능한 소송의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의견조회서에 따르면 대검은 "최근 검사들에 대해 여러 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되는 등 검사가 민사소송뿐 아니라 형사, 행정, 헌법소송 등 다양한 형태의 소송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며 "검사들의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직무집행과 관련된 소송에 대해서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지원 요건 충족 여부 등은 대검 차장검사, 기획조정부장, 공판송무부장,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소송지원 심의위원회의 의결로 최종 결정된다. 지원 금액은 1000만원 범위 이내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적 인물을 수사하는 검사 개인에 대한 탄핵소추 등이 빈발하는 상황에서 법적 소송에 휘말리는 검사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개정 움직임에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대전지검 소속 임은정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지원 확대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회비는 전체 검사들이 납부하지만, 지급 결정의 주체는 대검 수뇌부라 부담자와 결정자가 현저히 차이 나는 구조"라며 "이는 군대식 상명하복의 조직문화 발현으로, 위법 또는 부당한 업무처리를 한 검사들을 비호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권 오남용 의혹 등의 대상이 된 검사들에게까지 소송지원을 확대할 경우 정치 논리에 따라 지원 결정이 공정하지 못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검사동우회의 소송지원 확대 논란은 국회의 국정감사에도 언급됐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사동우회가 탄핵 변호사비를 지급하겠다며 규정을 개정하고 있다. 검사들에게 뜯은 돈으로 범법행위를 저지른 검사들의 변호사비를 지급한다는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사들의 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직무집행과 관련된 각종 소송에 대해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대검은 오는 18일까지 규약 개정에 대한 일선 청의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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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