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측, 레미콘 업계에 '시멘트 단가 인하 협상 추진' 공문
"이제와서 우리 보고 협상 나서라니…이해 안 돼"
"공사비·분양가에 시멘트·레미콘 가격 비중 미미"
"원재료 공급사인 시멘트와 레미콘 소비처인 건설사 양쪽에서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난감합니다."
30일 레미콘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시멘트 가격 인하를 두고 건설업계와 시멘트 업계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레미콘 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건설업계와 가격 인하가 불가하다는 시멘트 업계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시멘트 업계는 전기료 추가 인상과 환경설비 투자비 급증 등으로 시멘트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와중에 건설업계가 레미콘 업계를 향해 시멘트 가격 인하 협상에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자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 자재구매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건자회)는 최근 레미콘 단체와 제조사에 '시멘트 단가 인하 협상 추진'과 관련한 공문을 보냈다.
건자회는 공문을 통해 레미콘 업체가 주체가 돼 시멘트 업체들과 단가 인하 협상을 추진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레미콘 가격 재협상을 요청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건설업계가 '레미콘 단가 조정'까지 거론하면서 시멘트 가격 협상을 압박하고 나서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건자회가 시멘트 가격 협상에 직접 나서놓고, 지금 와서 협의가 어렵고 입장이 난처해지니 레미콘보고 나서라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건설업계는 지난해 시멘트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자 레미콘, 시멘트 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가격 협의를 진행했다.
당시 건설·레미콘 업계는 유연탄 가격 하락을 이유로 시멘트 공급가격의 인하를, 시멘트 업계는 전력비 상승과 각종 원부자재 공급 가격의 급등 등을 사유로 시멘트 판매가격의 인상을 주장해 왔다.
특히 레미콘 업계는 아파트 분양 원가에서 시멘트와 레미콘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적은데 시멘트·레미콘 가격 인상이 공사비 급등의 원인으로 비춰지고 있는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의 후속 조치로, 시멘트·레미콘 등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민·관 협의체'를 가동 중이다.
레미콘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32평 아파트 기준 투입되는 레미콘양은 120㎥이다. 분양가에서 레미콘 가격이 차지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멘트와 레미콘이 아파트 공사비와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며 "건설사들의 주무 부처가 국토교통부인 만큼 국토부가 나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공사비 인상과 관련해 원자재 업체의 수급 안정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접근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도 어렵게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레미콘 업체들이 많은데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해서 건설사가 인상 요인을 100% 받아준 적도 없다"며 "공사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건설업계가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레미콘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인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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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