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80여명 저마다 꿀잠템 챙겨 대회 출전
방해 공작 딛고 숙면 취해 심박수 낮춰야 우승
30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운동장에 난데없는 코골이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날 조선대 마케팅 동아리 'ABC마케팅'이 연 '대놓고 잠자기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의 낸 소리다.
대회 참가자들은 80여명. '잠 좀 잔다'는 이들은 저마다 숙면을 위한 아이템 장착한 채 대회장을 찾았다.
군 시절 입던 생활복을 챙겨 입고 침낭까지 가져와 잔디밭에 누운 한 참가자는 하루 일과가 밥 먹고 잠자기라는 '말년병장'의 마음가짐으로 대회에 임했다.
집 안에서만 입을 법한 목이 늘어진 티셔츠와 쫄쫄이 바지를 입은 여학생부터 파자마에 잘 때마다 끌어 안는 애착 인형을 챙겨온 참가자도 상당수였다.
대회에 룰은 간단하다. 잠이 들면 심박수가 평소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대회 전 심박수와 잠이 들었을 때 심박수를 비교해 가장 편차가 큰 참가자가 우승을 하는 방식이다. 쉽게 말해 가장 푹 잔 사람이 이기는 대회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잠들 수 없다. 주최 측의 온갖 방해 공작들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이 다가가 "대회 끝났습니다. 일어나세요"라고 속삭이거나 소리를 내는 등 모든 훼방을 이겨낼 정도로 짧은 시간 깊게 잠들어야 한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도 금지다.
아직은 강한 햇살도 낮잠을 방해하는 요소다. 내리쬐는 햇볕에 두꺼운 안대부터 모자, 우산 등으로 눈을 가렸지만 쉽지 않아 보였다.
햇볕이 뜨거워지자 머리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들기 위해 애쓰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작 10분 만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기권을 하기도 했다.
조선대 재학생인 참가자 박소연(20·여)씨는 "어제 과제를 하느라 새벽 4시에 잤다. 1등을 할 자신이 있다"며 "3시간 뒤 강의 들으러 가야 하는데 못 일어날까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신입생이라는 박민우(20)씨는 "언제 학교 운동장에서 이렇게 자볼까 싶어 참가했다"며 "밥 먹으면 잘 잔다. 점심을 든든히 먹고 왔으니 푹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등학생 참가자도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룡 잠옷에 뱀 모양의 애착인형을 챙겨온 박태경(18·여)양은 "하루에 15시간도 잘 정도로 잠이 많다"며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다. 가볍게 우승을 해보이겠다"고 했다.
한편 주최 측인 ABC마케팅 동아리는 1위 우승자에게 헤드폰과 스터디카페 이용권, 2위와 3위에게도 텀블러와 카페 이용권 등을 수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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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영광 / 나권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