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기준 공기업 투자액 '500억 이상'
"불법은 아닐지라도 탈법은 인정한 셈"
"사업계획서 제출없이 예산 동의 불가"
산업부, 이달말 자원개발전략회의 개최
정부가 이달 말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위치를 확정하고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시추 작업에 돌입할 계획인 가운데, 내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하기 위해 예타 기준 밑으로 설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6일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유전개발 사업 출자 예산 중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는 497억2000만원이 편성됐다.
정부는 국내 대륙붕 유망구조 탐사를 위한 투자비를 지원하기 위해 유전개발 사업 출자금을 운영 중이다. 정부가 사업 전체 투자비의 50%를 출자하는 방식이다.
내년도 유전개발 사업 출자금 몫으로 배정된 예산 총 505억5700만원 중 대왕고래 프로젝트에만 98%가 넘는 497억2000만원이 편성됐다.
전체 투자비는 994억4000만원으로, 나머지 절반은 한국석유공사가 투자하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예타를 받게 되는 기준이 총 사업비 1000억원 이상, 공기업 투자금액 500억원 이상이라는 점이다.
2020년 세워진 자원개발기본계획에 따르면 투명성·책임성 제고를 위해 총 사업비 1000억원 이상 및 공기업 투자금액 500억원 이상 투자 사업은 모두 예타를 받게 돼있다.
하지만 내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 사업은 해당 기준에 가까스로 미치지 못하면서, 예타 적용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를 두고 허성무 의원은 "산업부가 내년도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예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불법'은 아니라도 '탈법'은 인정한 것"이라며 "향후 수천억원의 국민 부담이 불가피한 만큼 전체 사업계획서 제출 없이는 예산 동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 편성에 있어 중장기적인 개발계획을 바탕으로 소요 재원 규모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정처는 2025년도 예산안 분석을 통해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1차 시추 완료 이후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과 그에 따른 중장기적 소요 재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 확보를 토대로 안정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1차 시추 결과별로 각각의 중장기 개발계획을 수립해 국회 예산안 심사 시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추 지역 선정 등 시추 준비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 산업부는 이달 마지막 주에 자원개발 전략회의를 열고 시추 지역을 확정할 계획이다.
또 시추선인 웨스트카펠라 호가 한국에 도착하면 다음 달 중순께부터는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추 결과에 대한 평가 작업은 약 6개월이 소요돼 내년 상반기 중으로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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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