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박쥐로 불리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붉은박쥐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김녕굴에서 7년 만에 발견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10월 정기 모니터링 중 김녕굴에서 동면 중인 붉은박쥐 1개체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애기박쥐과에 속하는 붉은박쥐는 몸 길이 4~6㎝로 진한 오렌지색 몸통과 검은 날개를 가진 희귀종이다. 황금박쥐로도 알려져 있다.

200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멸종위기 야생동물 I급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멸종위기 관심대상으로 분류된다.

이번 발견은 2017년 이후 김녕굴에선 7년 만이다. 인근 만장굴에서도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서식이 확인된 바 있어 제주 용암동굴이 이 희귀종의 중요 서식지로 확인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동굴 주변에 우거진 산림과 풍부한 먹이가 있어 박쥐들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또 연중 일정한 온도와 높은 습도를 유지하고 있어 박쥐들의 동면처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세계유산본부는 설명했다.

특히 붉은박쥐는 다른 박쥐들에 비해 서식지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특성을 보이는데, 이번 발견으로 동굴 내부뿐만 아니라 김녕굴과 주변 환경이 양호하게 보존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림 파괴와 폐광 입구 폐쇄로 전국적으로 동면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제주 용암동굴의 생태적 가치를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강석찬 도 세계유산본부장은 "붉은박쥐의 안전한 월동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할 것"이라며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다양한 생물의 안정적 서식처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보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