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미수 피의자 불법면회 지시한 경찰간부들 '집유'

고향 선배의 부탁을 받아 살인미수 피의자를 불법으로 특별면회를 시켜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간부들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4단독 이범영 판사는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경남경찰청 소속 경무관 A(50대)씨와 전 해운대경찰서장 경무관 B(50대)씨에게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 해운대서 형사과장 C(50대)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A씨와 B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C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검찰 공소 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8월9일 오후 고향 선배인 부산지역 건설사 회장 D씨로부터 살인미수 혐의로 해운대경찰서에 수감돼 있는 E씨와의 면회를 개인적으로 부탁받았다.

이에 A씨는 해운대경찰서장인 B씨에게 이들의 면회를 유치장 면회실이 아닌 과장 사무실 같은 편안한 곳에서 면회할 수 있도록 부탁했다. 이를 수락한 B씨는 형사과장 C씨에게 불법 면회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면회 관련 규정을 위반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D씨와 E씨의 면회를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공문서인 '피의자 출감 지휘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A·B씨는 면회를 부탁한 사실은 있지만 부당한 방법을 사용해 지시하진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C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 판사는 "A씨가 C씨에게 법령을 위반해 접견을 부탁한 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 또 A씨가 불법 면회에 대해 인식하고 있고, 직권남용의 고의도 인정된다"면서 "B씨도 C씨에게 세세하게 접견 내용을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들의 관계나 지시, 주고받은 대화 내용에 따르면 B씨가 C씨를 기능적으로 행위 지배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판사는 "피고인들은 살인미수라는 중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의 접견에 관해 위법한 방법으로 부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허위공문서를 행사함으로써 형사 사법 절차 처리에 관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접견 과정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거나 수사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등의 사정은 보이지 않고, 이 사건으로 인해 어떠한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또 경찰 공무원으로써 오랫동안 충실히 근무한 점 등을 참작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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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