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외무성 담당자 "韓 측, 강한 경계로 사도 문제 주시"
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현장인 사도(佐渡)광산을 2023년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절차를 사전에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반발을 예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HK가 지난 28일 문화심의회 회의록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달 열린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본 외무성의 담당자가 "한국 측은 벌써 강한 경계의 눈을 가지고 사도 건을 주시하고 있다"며 "에도(江戸)시대(1603∼1868년)로 좁혔다 하더라도 피해갈 수는 없다"고 한국의 반응, 대응에 대해 우려를 보였다.
일본 문화심의회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 추천 후보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8일 문화청은 추천 결정이 아니라면서, 앞으로 정부 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이례적'으로 주석을 달았다. 문화청은 문부과학성 산하다.
NHK는 문화청의 이러한 이례적인 주석을 단 배경에는 "조선반도(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전쟁 중 사도 광산에서 일했던 문제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 항의할 것을 외무성이 우려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록 신청서를 내년 2월1일까지 제출할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문화청이 이례적으로 주석을 달아 등재를 위해 추전될지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NHK는 전했다.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절차를 추진자 우리 정부는 이미 항의한 상황이다.
28일 견종호 외교부 공공문화외교국장은 주한일본대사관의 추조 가즈오(中條一夫) 공보문화원장을 초치했다. 견 국장은 한달 전에도 사도광산 문제로 추조 원장을 불러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앞서 대변인 논평을 통해 "매우 개탄스러우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정부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노역이 이뤄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일 사도광산 등재가 이뤄질 경우 하시마섬(端島·군함도)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일본은 군함도 등재 시 한국인 강제노역 사실을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일본을 향해 "강하게 유감을 표명한다(strongly regrets)"며 이행을 촉구하는 결정문을 채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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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