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준다며 객실에 불 지른 혐의
홀로 도망…배아프다며 구급차 타
50대 1명 등 3명 사망에 8명 부상
1심, 징역 20년…2심서 25년으로↑
모텔에 불을 지르고 혼자 도망을 가 투숙객 3명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가 중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현주건조물 방화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71)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 2020년 11월 새벽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3명을 숨지게 하고 5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조씨는 술에 취한 채 객실에서 난동을 피웠으며, 자신을 제지하는 모텔 주인에게 술을 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불만을 품은 조씨는 미리 주워둔 책과 자신의 옷 등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객실과 모텔 전체에 불이 번지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으로 1층에 머물고 있던 50대 피해자 1명과 40대 피해자 2명이 숨졌고, 다른 피해자 5명은 일산화탄소 중독 등의 상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이 커지자 조씨는 혼자 건물을 빠져나왔고, 인근 편의점에 가 '배가 아프니 119를 불러달라'고 말한 뒤 구급차를 타고 가던 중 자백해 경찰에 체포됐다.
재판 과정에서 조씨는 자신이 모텔에 불을 지르지 않았으며, 불을 질렀더라도 인명피해를 낼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처지를 비관해 불을 냈는데 불길이 커지고 연기가 밀려와 죽을 것 같아 도망나왔다', '서울서부지검에 자수하러 갔다가 문이 잠겨 있어 경찰서를 찾던 중 편의점에 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를 근거로 1심은 "조씨의 자백 내용은 방화의 구체적인 방법, 이후의 상황 등에 관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진술할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라며 "범행 당시 모텔에 숙박하고 있는 사람이 다수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조씨에게 비슷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조씨는 과거에도 건물에 불을 지르려 한 혐의로 3차례 처벌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범행은 집행유예 및 보호관찰 기간 중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보호관찰관은 조씨에게 '과도한 음주를 자제하고, 인화물질 등이 필요하면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특별준수사항을 부과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심은 "조씨는 이를 지키지 않았고, 술에 취하면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습성이 있음을 알면서도 절제하지 못하고 갈수록 위험한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까지 보태어져 범행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벽에 불을 지른 후 도주하다가 인근 편의점 종업원에게 단지 본인이 배가 아프다는 이유로 119 신고를 부탁했을 뿐"이라며 "피해 확대를 막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며 1심보다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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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이병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