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준 사퇴에 카카오 10만 붕괴·뱅크 신저가
빅테크 규제·긴축정책·적자 등에 하락했지만
"경영진 리스크" , "남은 스톡옵션 행사할까"
카카오 공동대표에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먹튀 논란'에 결국 자진 사퇴 의사를 표명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카카오는 10만원 선이 붕괴되고 카카오뱅크는 장중 신저가를 기록한 가운데 차기 리더십마저 미궁에 빠지자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는 전일 3.40% 하락한 9만6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9만5200원까지 떨어지는 등 10만원 선이 붕괴됐다.
카카오뱅크는 한때 8.00% 떨어진 5만600원 신저가를 갈아치웠지만, 막판에 낙폭을 줄이면서 7.09% 내린 5만1100원에 마감했다. 이에 코스피 시총 13위까지 내려왔다. 카카오페이는 3.26% 떨어진 14만8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그룹은 지난해 하반기 빅테크 규제 이후 하락세를 이어왔다. 아울러 미국의 긴축정책이 시작되면서 다른 성장주와 동반 하락세를 보인데다 지난 4분기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카카오에 집중된 정부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심사지침을 발표한 데 이어 여당 대선 후보 역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 강화 입장을 보이는 만큼 최소 대선까지 카카오에 대한 투자 심리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경영진 리스크까지 겹쳐, 적어도 단기에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빅테크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중대한 시점인데 한 달 여 기간에 카카오의 차기 공동대표를 물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날 류 대표의 사퇴 의사를 전하며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내부 논의와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대로 추후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이 같은 우려에 카카오 그룹 주가가 동반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11월25일 신임 공동대표로 류 카카오페이 대표를 내정했다.
류 대표는 지난해 12월 임원들과 카카오페이 지분을 대량 매각하면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그를 포함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이 지난해 말 스톡옵션 44만주를 한 번에 매각했다. 통상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면 시장은 '지금이 고점'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상장 한 달 만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자 주주들 사이에 도덕적 해이 등 이미지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페이 주가 향방에도 주목된다. 류 대표의 카카오페이 대표 임기는 오는 3월까지 계속된다. 사측에 따르면 이후 거취는 미정이다. 업계 등에서는 류 대표가 카카오페이 대표 연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 류 대표가 모회사 이동에 따른 이해상충 오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올 상반기 보유한 스톡옵션을 모두 행사해 매도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이를 처분할 지 여부도 지켜볼 부분이다. 카카오그룹을 떠난다면 매도가 더 쉬울 수 있고, 그렇다면 카카오페이 등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한편 카카오의 주가 하락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조언도 있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4분기 영업적자는 일회성 상여와 마케팅비 증가로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일 뿐 올해에도 이익 성장은 이어질 것"이라며 "블록체인 등 신성장 동력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는 경계해야 하지만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접근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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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