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학동 참사' 땐 직접 대국민 사과문 발표
금명간 거취 밝힐까…책임지고 물러날지 여부 주목
전면 철거 후 재건축?…예비입주자, 국민청원도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향후 사업 막대한 차질
HDC현대산업개발이 연이은 대형사고에 창사 최대 위기를 맞았다. 회사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추락한 가운데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6일 HDC현산에 따르면 정 회장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곧바로 광주에 내려가 사태 수습을 지휘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 이후 사고 현장을 찾아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공언했지만 다시 한번 벌어진 사고로 약속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유병규 대표이사는 사고 다음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정 회장의 모습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사고 때처럼 전면에 나와 사과를 할 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HDC현산 관계자는 "(정 회장이) 입장표명을 한다, 안 한다를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사고 수습 등 현장을 챙기는 것에 더 집중하고 계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HDC그룹의 지주회사인 HDC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는 방안을 포함해 거취 문제를 고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잇단 대형사고를 수습할 다른 방법이 딱히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에 대해 현산 관계자는 "외부에서 그런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지만, 확인된 바 없다"고 했다.
이번 사고로 회사의 향후 사업도 막대한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당장 해당 사업자의 입주 지연이 예상된다. 안전진단 결과 사고가 난 201동은 물론 전체 철거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면 이미 투입된 비용과 기간이 물거품이 되고 입주자들에게 입주지연보상금도 지급해야할 수 있다.
아파트의 한 예비입주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몇 년이 더 걸려도 되니 일벌백계 삼아 전면 철거 후 재건축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으로 간다고 해도 심리적 불안감은 절대 해소될 수 없다"며 "무너져 내리는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이 삼풍백화점 사건과 오버랩되면서 '아이들과 저 곳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16일 오전 현재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이 1만9200명을 넘었다.
사고 여파는 다른 단지로도 옮겨붙고 있다. 광주 최대 재건축단지인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이 HDC현산과의 계약 해지를 원하고 있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지어지고 있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의 일부 조합원들은 아파트 명칭에서 '아이파크'를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신규 수주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광주시는 아예 공공사업에서 이 회사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3일 사고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일정기간 현대산업개발의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도 법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현대산업개발은 '학동 참사'의 장본인이기도 해 신뢰하기 어려운 참 나쁜 기업"이라며 "계속 사고를 일으킨 점에 대해 응징 차원에서 모든 공사를 중단시키고, 나아가 광주시가 추진하는 모든 사업에 대해 참여 배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학동 참사로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한 마당에 다시 인명피해사고가 발생하자, 이번엔 오너 책임론이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게 업계의 평가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고 당시 화면을 보면 어떻게 저런 사고가 가능한가 할 정도로 놀라운 모습이었다"며 "HDC현산이 작은 회사도 아니고 지난해에 큰 사고도 났던 만큼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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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