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따른 재정삭감 논리 반박
"학생 감소한다고 재정 수요 줄지 않는다"
"신도시 개발로 20년간 학교 수 17% 늘어"
교육부가 재정 당국에서 나오는 교육재정 감축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오히려 재원을 늘려 대학을 위한 투자에도 활용하자는 입장으로 여론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재정 규모를 줄이면 당장 신도시 개발로 늘어나고 있는 학교, 교원 규모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내놨다.
교육부는 19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개편 논의를 주제로 기자단 설명회를 열고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KDI "학생 수 줄어든다"→교육부 "학교는 늘어난다"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일정분을 시·도교육청에 배분해 초·중·고 교육비 재원으로 쓰도록 하는 제도다. 법령에 따라 교부율(20.79%)을 정해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말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학령인구 증감을 교육교부금 산정 방식에 반영해 총액을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 27%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교부금도 세금의 증감에 맞추지 말고 이제는 학생 수의 증감을 반영하자는 논리다.
교육부는 이를 사실상 재정 당국의 교육교부금 삭감 시도라고 보고 이날 해당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학생 수가 감소하고 있더라도, 신도시 개발과 지방균형 발전으로 학교, 교원 수가 증가하고 있어 재정 수요가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학생 수는 2001년 783만1754명에서 지난해 532만3075명으로 20년간 32%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학교 수는 1만61개에서 1만1177개로 17.1% 증가했고, 교원 수는 34만414명에서 43만4482명으로 28% 많아졌다.
오석환 교육복지정책국장은 "학생 수보다는 학급, 학교, 교원 수가 재정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며 "경기도에만 237개교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약 576개교의 신설 수요가 예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20년 시도교육청 세출 결산을 보면 전체 77조7055억원 중 절반 이상이 인건비(44조3354억원·57.1%)였고, 학교 전출금(15조5775억원·20%)을 더하면 고정성 경비가 75% 이상을 차지한다. 학생 수에 맞춰서 교부금을 늘려도 실제 수요를 따라갈 수 없다는 취지다.
쓰고 남은 교육교부금이 수조원에 달한다(2020년 4조4000억원)는 지적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섣부른 판단이라 주장했다. 학교가 대개 공사를 하려면 회계연도가 끝난 이후인 12~2월 방학에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데, 이·불용액 95%는 이를 위한 시설비라는 설명이다.
◆"교부금 칸막이 허물자"→"그럼 대학 지원 늘리자"
교육부는 오는 4월 기재부 등과의 협의 자리에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연계해 교육교부금 개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개편하는 참에 대학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방안도 같이 논의하자는 생각이다.
기재부는 기존 교육교부금에 '공동사업비 제도'를 도입해 기존 재원을 초·중·고 바깥 평생교육, 대학에도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인데, 교육부는 이를 이용해 교육교부금 규모 자체를 늘려보겠다는 구상이다.
오 국장은 "교육의 질과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재정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면서 "새 정부 출범 등 교육 정책 거버넌스 변화와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연계해 향후 교육 재정의 운영 방향을 모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방향을 밝혔다.
이어 "교부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라며 "그리고 고등교육과 공동사업비에 대해서는 부처, 부서 간의 칸막이를 해소해 다양한 지역사회의 요구나 교육 발전을 기하는 데 적극적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초중등처럼 고등교육교부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해 오던 대학들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대목이다. 정부 사업 평가에 따라 국고보조금 지원이 결정되면서 자율적인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런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이번 국회에도 제정법이 계류돼 있으나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학생 수가 줄고 문 닫는 대학들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대학에 국세를 아무 평가 없이 지급한다는 논리에 대해 우려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오 국장은 "지방대학의 소멸 문제가 단순히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한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대학의 협력과 공유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될 것인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시점이라 보고 있다"고 확충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KEDI)는 오는 24일 오후 2시30분 세종시티 오송호텔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 현안 진단 및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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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