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조현오 前경찰청장 2심 감형…"101개 무죄"

'댓글 여론공작 혐의' 2심 징역 1년6개월
법원 "경찰 신분 밝힌 글 등 101개 무죄"
"서울경찰청장 시절 혐의 면소 안돼"

이명박 정부 시절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한 여론 조작 활동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67) 전 경찰청장에게 항소심 재판부도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일부 감형했다.

15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윤승은)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경찰관 신분을 밝히고 작성·게시한 댓글 ▲차량 2부제 참여의사를 밝힌 시민들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한 댓글 ▲경찰청이 당시 추진한 정책을 비난하거나, 경찰을 비판한 트윗 글을 그대로 리트윗 한 댓글 등 101개를 추가로 무죄 판단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을 암시하거나, 경찰관이 올린 것으로 보이는 글과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댓글 작성 등은 경찰관으로서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전 정창 측 변호인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절 직권남용 혐의는 경찰청장 재직 시절 직권남용 혐의와 포괄일죄(包括一罪·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한 개의 구성 요건에 해당하여 한 개의 죄를 구성하는 경우) 관계가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은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절부터 경찰청장 재직 시절까지 하나의 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조 전 청장 측은 직위가 다르다고 맞섰다.

포괄일죄가 인정되지 않으면, 서울경찰청장 재직 시절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할 여지가 생긴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면소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도 1심과 달리 서울경찰청장 시절 직권남용 혐의와 경찰청장 시절 직권남용 혐의는 포괄일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조 전 청장은 당시 서울경찰청 소속 고위 경찰관과 공모한 것이 인정되므로 공범의 범행 기간이 종료되는 때부터 공소시효를 계산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 경우 조 전 청장의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게 된다.

이어 "유죄를 확정받은 사건과 함께 선고할 경우를 고려했다.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으로 27개월 재직하면서 공소취소된 것을 포함해 댓글 1만2896개 관련 혐의로 기소됐지만, 국가정보원 등의 여론대응에 비해 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는 조 전 청장이 정치편향적인 댓글 등을 작성·게시하게 해 정치관여 여론조작을 집중적으로 벌였다고 주장하지만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연론을 조성한 댓글 등은 그 중 약 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 재직 시절 경찰관들이 단 댓글을 내용에 따라 분류해 보면 정부정책 관련 집회시위 댓글이 45.5%로 가장 많았다. 경찰정책 및 활동옹호가 37.4%, 경찰수사 옹호가 7.1%로 그 뒤를 이었다.

국정원 정치관여 사이버 활동에 관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에는 국정원 직원들이 2009년 2월에서 2012년 12월 사이 2027회 인터넷 게시글과 댓글 작성, 28만8926회 트윗과 리트윗을 해 정치 관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과 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정보관리부 및 경찰청 정보국·보안국·대변인실 등 부서 소속 경찰 1500여명을 동원해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토록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이 조직적으로 대응했던 이슈는 천안함, 연평도 포격, 구제역, 유성기업 파업, 반값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 버스, 제주 강정마을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경찰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가명이나 차명 계정, 해외 IP, 사설 인터넷망 등을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1심은 조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여론대응 조직이 꾸려지고 소속 경찰관들이 댓글 및 게시물을 작성한 행위가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경찰들로 하여금 일반인인 것처럼 댓글을 작성하게 한 행위는 동기, 목적과 상관없이 국가기관이 몰래 개입한 것"이라며 "이는 정치 활동의 자유 등 기본권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정당한 지휘·감독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 전 청장은 건설업자로부터 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5월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3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조 전 청장은 항소심에서 보석을 허가 받았지만, 별건으로 이미 재구속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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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