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폭등하는데…연간 물가 5% 넘나

전면전시 국제유가 150달러 돌파 전망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분쟁이 장기화 될 경우 원유 등 원자재 공급 차질로 전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엔 국내 연간 소비자물가가 28년 만에 5%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1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미국 등 서방국가의 러시아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대유럽 석유, 가스 공급이 차질을 빚게 되면 국제 유가가 2008년 기록한 최고가인 배럴당 150달러까지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에 영향을 줘 국내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일반적으로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준다.

문제는 일부 러시아은행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가 러시아산 원유 거래까지 이어질 경우 원유를 비롯한 러시아의 원자재 거래 결제가 막히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주요은행 4곳의 결제를 차단하고, 러시아를 국제결제시스템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스위프트는 달러화로 국제 금융 거래시 필요한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보안성이 높은 전산망이다. 벨기에에 본부가 있고 전세계 200여 개국 1만15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했다. 여기에서 퇴출 당하면 해당 은행을 이용한 달러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문제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 세계 교역량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또 유럽 지역은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천연가스 수입에 40% 의존하고 있어 러시아 공급망이 끊길 경우 국제유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원유, 천연가스 수입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10%로 낮은 수준에 불과하지만, 주요국 대비 에너지 수입 등 원유 의존도가 높아 물가상승 압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원유 의존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1위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1만 달러 당 원유 소비량은 5.7배럴로 의존도가 가장 높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다른 국가들 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상승 흐름이 장기화 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소비자물가를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물가가 4~5%대까지 이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 3.2%로 3%대를 넘어선 이후 11월(3.2%), 12월(3.7%), 올해 1월(3.6%) 등으로 올라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가 4%를 넘게 되면 2011년(4.0%)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또 5%를 넘으면 1994년(6.3%) 이후 28년 만이 된다.



국제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를 넘어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4월물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05.79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이후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도 장중 배럴당 100.54달러까지 올랐다.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월 석유 재고는 26억8000만 배럴로 이전 5개년 평균을 9% 밑돌고 있으며 2014년 중순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간의 투자 감소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지속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1%포인트 높이고, 120달러가 되면 1.4%포인트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원유를 주된 원자재로 사용하는 정유산업의 원가상승률이 23.5%로 가장 높은 비용 상승 압력이 직면하고, 철강(5.26%), 화학(4.82%) 등도 원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은 점을 감안하면 곧바로 원자재 수급 불균형이 나타나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스위프트 제재로 원유 등 원자재 결제망이 막히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국내 연간 소비자물가도 4% 후반~5%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이고 서유럽 국가로 천연가스 수출이 많은데 이 결제망 마져 막히게 된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등 원자재 가격이 올라 물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장기화 될 경우 한국은행이 내 놓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3.1%보다 훨씬 높은 4%대 후반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사태가 장기전으로 치닫을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도 갈 가능성이 높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중단돼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만 오른다고 가정해도 소비자물가가 연간 4~5%까지도 갈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제재 발표 이후 국내 주가 등 금융시장이 약간 출렁임은 있었지만 큰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까지는 물가가 4~5%대까지 오를 정도의 민감도는 아니지만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물가 뿐 아니라 실물경제 회복세를 제약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할 정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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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