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집·목욕탕·태권도장에서도 투표를 한다고?…이색 투표장 '눈길'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8일 부산에는 태권도장, 목욕탕 아래층 주차장, 백숙집 주차장 등 이색적인 투표소가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주로 학교나 동사무소,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과 같은 관공서 위주의 기존 투표소와는 분위기가 색다르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평소에 자주 들리는 곳이어서 한층 친숙한 분위기 속에서 투표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이색적인 장소가 투표소로 지정된데는 유권자들이 조금이라도 가깝고 편리하게 투표할 수 있게 하려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배어 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학교나 관공서가 투표장으로 제공하기를 꺼린 점도 작용했다.

투표소 선정은 각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가 한다. 읍·면·동 선거관리위원회는 일반적으로 학교나 읍·면·동사무소 등 관공서나 공공기관·단체의 사무소, 주민회관 등을 우선적으로 투표소로 선정한다.

또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들을 위해 가급적 1층으로 정하고 부득이 2층 이상의 장소를 선택할 경우에는 반드시 승강기가 있는 곳을 찾는다.

하지만 인근에 마땅한 공공기관이나 관공서가 없는 경우엔 식당 주차장이나 태권도장 등 이색적인 장소에 투표소가 설치되기도 한다.

부산 서구 꽃마을 입구 어귀에 자리한 백숙집 '구덕령친구집'은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서대신 제4동 제3투표소'로 선정이 됐다. 산복도로에 위치한 서구 꽃마을은 인근 관공서나 공공기관에 갈려면 도보로 20분정도 걸어내려 가야한다.

마을 주민이 대부분 연세가 많아 거동이 불편해 지역 선관위는 마을 입구에 주차장을 보유한 '구덕령친구집'을 투표소로 선정했다.

부산 연제구 한일태권도(연산제4동4투표소), 수영구 백호검도관(남천제2동제3투표소), 사하구 월드태권도도장(장림제2동제4투표소)도 마을 주민들을 위해 9일 하루 투표소로 변신한다.

차량용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에도 투표소가 설치된다. 광안제1동4투표소는 네비게이션을 설치하는 '아이나비 광안점'에 들어선다.

아이나비 광안점 사장은 "선거관리위원회 분들이 이번 선거를 위해 투표장 사용문의를 해오셨는데 주민들의 선거 편의를 위해 흔쾌히 허락했다"고 말했다.

부산 금정구 서동에 위치한 목욕탕인 명곡탕 주차장엔 서제2동제2투표소가 설치되고, 평소에 공연장으로 활용되는 '예술지구P'와 '벡스코 오디토리움'에도 투표소가 설치된다.

이외에도 동구 장기려기념 더나눔센터, 금정구 요산문학관, 사상구 사상생활사박물관 등 박물관과 기념관에 투표소가 설치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주로 투표소로 지정됐던 학교나 유치원 등이 투표장 장소 대여를 꺼려하는 분위기라 장소 구하기가 어려웠다"며 "개인 사업장 등 가게 주인분들께서 흔쾌히 참여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투표소로 장소를 대여하는 음식점이나 체육시설 등에는 하루 50만원의 보상금이 제공된다.

한편, 부산시는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양일간 실시된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는 205곳에 투표소가 설치 됐었다. 9일 실시되는 본투표에는 시 전역에 918개 투표소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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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본부장 / 최갑룡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