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장소 이탈한 때, 시간적 접착성 인정되지 않아…장소적 접착성도 필요
현행범, 범죄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
법원 "현행법 체포, 적법하지 않다…이에 기초한 구속영장 청구 기각"
여고 앞에 미성년자 유인 및 부적절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을 걸어둬 물의를 일으킨 50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경찰의 현행범 체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22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허용구 대구지법 서부지원 영장전담판사는 지난 17일 "시간적, 장소적으로나 피의자가 방금 범죄를 범한 범인이라는 점에 대한 죄증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며 A(59)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법원은 현행범 체포가 적법하지 않은 점, 범죄 실행 행위가 종료된 때로부터 30분 정도 지난 후인 점, 체포 장소가 범행 장소가 아닌 피의자의 집인 점 등의 이유로 현행범 체포와 이에 기초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소송법은 기본권을 강제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현행범은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말하며 범죄를 실행하고 있다 함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해 종료하지 못한 상태를 의미한다. 범죄를 실행하고 난 직후는 실행행위를 종료한 순간 또는 이에 접착한 시간적 단계를 말하며 결과 발생 유무와 관계없고 실행행위를 전부 종료했을 것도 요하지 않는다.
헌법재판소는 범인이 범행 장소를 이탈한 때에는 시간적 접착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동시에 장소적 접착성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행범으로 체포하려면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 등 체포 필요성도 인정돼야 한다. 체포 필요성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판례는 이를 요구하고 있다.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이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현행범인으로 체포할 수 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체포는 법적 근거에 의하지 아니한 영장 없는 체포로 위법한 체포에 해당한다.
앞서 대구 성서경찰서는 16일 옥외광고물법 위반 등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같은 날 오후 늦게 영장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3월15일 오후 4시께 달서구의 모 여고 앞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아이 낳고 살림할 여성 종 구합니다'는 문구를 걸어둔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같은 달 8일 오후 달서구의 여고 앞에서 '혼자 사는 험한 60대 할아버지 아이 낳고 살림할 종하실 13세~20세 사이 여성분 구합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을 걸어둔 혐의도 받았다.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곧 수사를 종결하고 검찰로 송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알려주거나 답변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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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본부장 / 김헌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