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중과 유예' 소식에 매물 증가…강남구는 오히려 줄어

인수위 발표 이후 4일간 매물 증가
중랑·노원구 등 증가…강남은 줄어
일부는 오히려 부담부 증여 문의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1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다만 양도세를 완화해 거래량을 늘리겠다는 인수위의 의도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오히려 매매보다 부담부 증여(전세 낀 증여)를 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어 이번 대책의 실효성 여부가 주목된다.



4일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 집계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의 아파트 매물은 인수위가 양도세 중과 1년 유예 방침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총 36만441채에서 지난 3일 36만3357채로 4일 만에 2916채 증가했다.

서울시는 중랑구가 같은날 기준 1479건에서 1513건으로 2.2% 증가해 가장 많았고 노원(2%), 구로(1.6%), 동대문(1.3%), 성북(1.1%) 등 전체 25구 중 15구가 매물이 늘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급매로 내놓는 물건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 연락은 많지 않은 상태"라며 "오는 8월에 전월세 시장이 풀리면서 임대와 같이 매매 거래도 좀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상속을 받는 등의 이유로 2주택자가 된 분들이 주택을 빨리 처분하기 위해 급매 등 매물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매물이 계속 올라오면서 가격도 조금씩은 깎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전체적으로는 매물이 늘고 있지만 강남구 등 고가 다주택자들이 모여있는 지역은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전날 기준 강남구는 매물이 4147건에서 4012건으로 3.3% 줄었고 서초(-2.5%), 송파(-1.4%), 영등포(-0.9%)도 매물이 감소했다.

이 지역은 이미 처분을 마쳐 '똘똘한 한 채'만 남겨 놓은 사람들이 많은데다, 매도를 하느니 차라리 전세를 끼고 증여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계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 낀 14억원대 주택을 어떻게 처분할 지 고민 중인 다주택자 A씨는 이번 발표를 듣고 세무사에게 부담부 증여(전세 낀 증여) 상담을 받았다. 그는 "매매하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이번 양도세 중과 유예 발표를 듣고 증여가 더 세금 부담이 적지 않을까 싶어 알아봤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지역은 매물이 늘어날 수 있지만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면 일부 매물 증가는 기대할 수 있지만 오히려 똘똘한 한 채로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상급지 또는 지역 대장주의 수요가 늘어나면 이는 가격 상승으로도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에 이 부분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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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박옥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