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39개국서 재정위원회 운영…"건전성 확보"
2020년 국민의힘서 '재정전략위원회' 설치 제안
대통령 직속 기구…채무비율 45% 유지 등 주장
정부안 60%와 차이…인수위서 검토 이뤄질 듯
윤석열 정부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과도하게 늘어난 나랏빚을 관리하고자 재정준칙을 만들고, 이를 감독할 수 있는 기구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영국 등 주요국 사례에 빗대 해당 기구의 독립성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14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 및 이슈'를 보면 정성호 한국재정정보원 연구위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주요국 재정위원회 운영 사례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재정위원회를 설치·운영 중인 나라는 39개국이다. 이 위원회는 장기재정전망, 재정준칙 준수 여부 등을 관리·감독하는 기구로 재정의 책임성과 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차기 정부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재정 관리 기구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띨 것으로 점쳐진다.
이와 관련된 논의가 국내에서 처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020년 중순 재정건전화 법안을 발의하면서 '재정전략위원회' 설치를 제안한 바 있다.
이 기구는 대통령 소속으로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기재부 장관이 맡고 국회예산정책처장, 기재부 재정 담당 차관, 한국개발연구원장,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국가채무, 관리재정수지 및 국세 감면과 관련된 의무 준수, 재정 주체별 재정 건전화 계획 등 관리, 장기재정전망 추계·재전망 등을 심의하게 된다.
해당 법안에는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차기 정부의 경제수장으로 내정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내정자가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이를 적용하면 2020년 말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형 재정준칙'보다 더 엄격한 수준에서 재정이 운용돼야 한다. 당시 기재부가 마련한 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60% 이내로, 통합재정수지를 마이너스(-) 3% 이내로 유지하는 게 골자였다.
인수위는 정부안과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들을 두루 살펴 재정준칙을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를 감시할 수 있는 재정 관리 기구의 경우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만큼 외국 사례를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현재 미국은 의회예산처(CBO)를 운영 중이다. 여기서는 예산(기준선)과 장기 경제 전망을 제시하고, 의회가 예산 결의안을 검토·채택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효과를 추계한다. 아울러 예산결의안에 설정된 세입·세출 총액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영국과 독일도 각각 예산책임청(OBR)과 재정안정위원회를 설치해뒀다. OBR은 예산준칙 달성 정도를 평가하고, 재정안정위원회는 채무준칙 이행 여부 등을 심사하는 기구다. 프랑스도 재정감시기구로 고등재정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기구들의 공통점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구라는 점이다.
정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재정위원회는 거시 재정 전망 등 재정준칙의 실질적 의미의 조건이 되는 중요한 안건을 평가하기 때문에 독립적 지위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개별 국가의 실정에 맞는 형태로 운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의 여건에 부합하는 재정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즉, 재정준칙 규율 형태 및 조건으로서 감독기구의 지위 및 권한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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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