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회계법인 독립채산제' 경고…체질 개선될까

금융위 "품질관리 미비 때 감사 지정 없다" 경고장
독립채산제, 공통자금 없어 품질관리 위축될 우려
지정 감점 높으면 최대 '한 해 농사' 망칠 수도 있어
독립채산제 체질 변화 가능할까…업계 "쉽지 않아"

금융당국이 중소형 회계법인에 대한 품질관리 감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회계법인은 감사인 지정 때 업무를 수임받기 어렵게 된다.



중소형사들이 원펌(One-Firm) 체제로 변화를 꾀하게 돼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지만 장기간 독립채산제를 유지해온 로컬 회계법인들이 쉽사리 체질 변화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40개 등록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 품질관리 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는 외부감사법 시행령, 외부감사규정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

◆금융당국 "독립채산제 유지하면 감사수주 없다" 경고장

개정안은 상장사 등록 감사인이 통합적인 품질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구축·운영하지 않아 등록요건 유지의무 위반으로 확인되면 해당 회계법인이 감사인 지정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의 수를 차감하는 불이익 조치를 금융당국이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간 금융당국이 회계법인을 상대로 품질관리 감리를 실시했지만 상당수의 상장사 등록 감사인의 품질관리 제고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질관리 감리를 통해 사실상 개선 권고에 그쳐 제재 실효성이 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금융당국은 품질관리 감리 결과를 통해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를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감사인 지정은 회계법인과 지정대상 회사를 각각 감사인 지정점수와 자산총액 순서로 배열해 자동적으로 매칭하는데,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를 부과받은 회계법인은 점수에 상응하는 기업의 숫자만큼 지정에서 제외된다.

등록요건 위반 소지를 발견하면 시정권고와 함께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가 위반 정도에 비례해 부과된다. 특히 통합 품질관리시스템의 구축이 미비하거나 실질적으로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회계법인은 최대 차기 연도에 감사인 지정을 받지 못하는 수준까지 감사인 지정 제외 점수가 부과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감리 결과에 따라 등록요건을 위반한 회계법인에 3000~4000점까지 감점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감점 30점당 1개 기업을 지정받지 못하므로 최대 100여개 외부감사회사 수주를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실상 해당 회계법인 감사 파트의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되는 것이다.

◆'독립채산제' 회계법인, 변화할까…업계는 "글쎄"

금융당국이 품질관리 감리에서 주안점으로 두고 있는 것은 '원펌 여부'이다. 빅4 회계법인을 제외한 대다수 로컬 회계법인들은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고 있다.

독립채산제는 회계법인 내에서 감사팀별 단순집합체로 운영되는 조직형태를 말한다. 부서별로 감사계약이나 인수합병(M&A) 등 재무자문 업무를 수주해 '각자도생'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독립채산제 회계법인이 통합된 인사 체계를 갖고 있지 않고 품질관리실 등 공통적으로 자금을 써야 하는 부서에 대한 예산 비중이 낮아 감사 품질이 저하되는 조직 체제로 보고 있다.

회계법인 내 품질관리 부서는 감사 업무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면 품질관리실에 자원을 투입하기보다 각 부서내에서 이익을 공유하게 될 유인이 커져 감사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한 중소형 회계법인 대표이사는 "인원은 그대로인데 감사 수주를 못하게 되면 굉장한 타격이 있게 될 것"이라며 "독립채산제로 운영한다고 해서 꼭 품질관리를 못하는 게 아니고, 나름의 자율성을 인정하며 품질관리를 높이고 있어서 다소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으로도 로컬 법인들의 체질 개선이 쉽게 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회계법인의 독립채산제 운영은 최근 들어 발생한 형태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온 체제다. 대표이사급 임원들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체제에서 얻게 되는 과실이 많아 큰 폭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다.

또 다른 회계법인 대표이사는 "이번 개정으로 독립채산제들이 일거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오랜 기간 동안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운영해오고 있던 방식이고 누군가의 이익을 줄여야 하기 때문에 현상 유지로 가게 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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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 장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