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왕릉뷰 아파트 입주 막고자 행정조정 신청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주변의 이른바 '왕릉뷰 아파트'를 둘러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김포 장릉 인근에 아파트를 지은 건설사들이 준공을 강행하려 하자, 문화재청이 이들 아파트의 입주를 유보하기 위한 행정 조정을 신청했다.
10일 문화재청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최근 국무총리실 소속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 신청을 했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간 사무를 처리할 때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협의·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대방건설(시공사 동일) 등 3개 건설사는 조만간 서구청에 준공을 위한 사용검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해당 아파트 단지들의 입주 예정일은 예미지트리플에듀(금성백조)가 오는 6월로 가장 빠르고, 대광로제비앙(대광건영)은 7월, 디에트르에듀포레힐(대방건설)은 9월로 예정돼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이 단지들의 입주를 막기 위해 인천광역시와 서구청에 3개 단지에 대한 '사용검사 허가'를 유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이에 인천 서구청이 '사업 주체(건설사)의 사용검사 신청이 있으면 주택법에 따라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문화재청은 준공 처리를 유보하기 위해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행정조정 신청을 했다.
위원회는 문화재청 신청을 받고 인천 서구에 관련 의견을 제출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며, 심의 안건으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포 장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 왕릉 40기 중 하나로, 인조 아버지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김포장릉에서 바로 보이는 위치인 검단 신도시 일대에 3개 시공사(대방건설·대광건영·금성백조)의 아파트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세워졌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 해당 아파트 19개 동에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뒤, 사실상 '일부 철거'를 권고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은 철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사중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공사 중단 명령을 멈춰달라며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집행정지는 법원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인용돼 공사가 다시 재개됐지만, 문화재청이 지난해 12월 재항고장을 내면서 결국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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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본부장 / 이병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