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나흘째, 광주·전남 물류대란오나…제조업체 출하 전면중단

광양항 나흘 연속 반출입 '0'…물류운송 차질 피해 현실화
기아차 공장, 멈춘 카 캐리어 대신 개별 탁송 '고육지책'
'엄정대응' 기조, 조합원 3명 입건…"하루빨리 타협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총파업이 나흘째를 맞은 10일 광주·전남에서도 물류운송 차질에 따른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안전운임제 유지 등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는 화물연대와 원칙을 강조한 정부가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피해 확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10일 여수광양항만공사 등에 따르면, 평소 일일 컨테이너 반출입 물동량이 평균 약 4034TEU에 이르는 광양항 터미널 2곳의 물동량은 파업이 시작된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나흘 연속 '0'을 기록하고 있다.

항만에서 반출하지 못한 컨테이너 화물이 쌓여있는 비율(장치율)은 파업 이후 나흘째 61% 안팎에서 소폭 늘거나 줄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예고 직후 일부 물류 운송이 당초 일정보다 앞당겨졌고, 부두 내 적치 물량 일부가 수출 선적을 마치면서 당장 장치율엔 큰 변화가 없다고 항만공사는 설명했다.

다만 항만 내 화물 육송 중단 사태가 길어져 포화 상태에 이를 경우, 수입 선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일 철강제품 생산량이 1만5000여t에 이르는 포스코 광양제철소도 나흘 연속 육로 운송 출하가 전면 중단됐다. 이날까지 수만t을 쌓아만 놓고 있다.

현대제철 순천공장도 육송이 전면 중단되면서 하루 9000t씩 출하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화학제조업체들도 사실상 육로 운송을 중단했다. 총파업 돌입 전 급한 물량은 미리 반출하거나 출하장 등지로 옮겼으나, 장기화될 경우에는 생산 차질마저 우려된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도 출고 차량을 실어 나르는 '카 캐리어' 108대 중 대부분이 파업에 동참했다.

이에 사측은 '고육책'으로 개별 운송에 나섰다. 파업 돌입 다음날인 지난 8일 오후부터 사무직·협력업체 직원들이 직접 출고차를 몰고 12㎞가량 떨어진 평동산단 출하장으로 옮기고 있다.

내수용 출고차량은 임시 번호판을 부착했지만, 수출용 차량은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 받아 운송했다. 이날까지 개별 운송된 출고 차량은 3000여 대에 달한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차량 부품 수급 운송에는 차질이 없어 공장이 정상 가동되고 있다. 반면 완성차량의 출하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생산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임시방편으로 개별 탁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길어지면, 반도체 수급 부족 등으로 인한 '신차 출고 대란'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 요구안이 수용될 때까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파업 결의문을 통해 "평균 경유가 가격이 2000원(ℓ당)을 넘는 가운데 한 달에 수십 가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화물노동자는 벼랑 끝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또 "화물 노동자 생계의 제도적 보장을 위해 안전운임제가 만들어졌지만 시행 3년이 지나는 지금 제도 개선 없이 일몰 기한만 다가오고 있다"면서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책임을 방기하던 정부는 '불법 행위 엄정 대응'이라며 오히려 화물노동자를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광주 서구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주변에서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도 연다. 광주·전남을 통틀어 이번 총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은 4000여 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정부는 노사가 자율적인 대화·타협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전 운임제 요구에 대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검토에 나선다.

다만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경찰은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현장 검거를 원칙으로 주동자를 추적, 사법 처리할 계획이다. 불법 행위 가담 운전자에 대해서는 운전면허 정지·취소 등 행정 처분도 적극 검토한다.


현재까지 광주·전남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경찰에 입건됐다.

전남 영암경찰서는 화물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화물연대 전남지부 소속 조합원 A씨 등 2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2시께 목포항에서 영암 대불산단으로 향하는 화물차를 막아서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전후 경찰과 노조 간 대치 과정에서 노조원 1명이 다리를 다쳐 치료를 받기도 했다.

앞서 광주 광산경찰서도 파업 집회 도중 화물차 공영 차고지의 출입구를 가로막은 혐의(업무방해)로 화물연대 노조원 B씨를 입건, 조사 중이다.

B씨는 지난 8일 오전 8시께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공영차고지에서 차량으로 출입구를 막아 파업에 불참한 비조합원 화물차 통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엄정 대응할 계획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역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물류 대란이 현실화되고 오랜 기간 이어질 경우 산업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며 "하루빨리 타협안을 도출해 파업이 끝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장 관계자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화물연대와 대화·중재에 나서서 위기를 타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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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나주 / 김재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