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땅 소유권 이전
명의수탁자, 신탁자 동의 없이 땅 처분해
엇갈린 1·2심…대법 "민사상 책임은 져야"
명의신탁 계약으로 부동산 명의만 넘겨받은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부동산을 팔아버린다면 횡령죄로 처벌받을 수 없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A씨는 C씨로부터 땅을 사들이면서 등기는 B씨 명의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C씨가 B씨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기면서 이들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을 체결했다.
문제는 명의를 보유한 B씨가 A씨의 동의를 얻지 않고 땅을 팔아넘기면서 불거졌다. A씨는 자신의 동의 없이 B씨가 명의만 넘겨받은 땅을 처분한 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B씨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건 아니라고 판결했다. 명의신탁 계약이 부동산실명법상 금지돼 무효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 관계에서 명의를 넘겨받은 사람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로 처벌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1심은 땅을 팔아 이득을 얻은 B씨가 소유권을 주장할 권리를 잃은 A씨에게 지급할 돈이 있다고 했다. A씨는 문제가 된 땅에 영농조합법인을 짓기로 하고 매매대금 중 일부를 C씨 등으로부터 받기로 했는데, B씨는 이러한 계약 없이 땅을 팔았다는 이유만으로 돈을 벌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2심은 명의신탁 계약이 무효인 이상, A씨와 B씨의 관계는 보호받지 못하므로 손해배상 책임을 아예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 관계에서 형사처벌은 인정되지 않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진다고 판단했다.
민사와 형사 책임은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되는데, 범죄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민사상 불법행위인지는 별개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대법원 판례는 명의를 넘겨받은 사람이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횡령죄가 아니라고 본 것이지, 명의를 넘겨준 사람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까지 보호할 수 없다고 본 건 아니라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재판부는 "명의수탁자가 신탁자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명의신탁받은 부동산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다면 이는 사회통념상 질서에 반하는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한편 명의를 넘겨받은 사람이 부동산을 임의처분해도 횡령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 때문에 민사상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인지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명의를 넘겨준 사람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권을 침해하면 민사상 책임을 부담한다는 기준이 제시됐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원.검찰 / 김금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