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저성장'…기재부, 규제·재정 혁신으로 위기 돌파 나선다

추경호, 尹 대통령에게 기재부 업무현황 보고
7%대 물가 우려…유류세·농축산물 가격 인하
다음 달 추석 민생대책 통해 물가 추가 대책
기업 경영인 형벌 완화 추진…규제 전면 철폐
법인세 완화·공공기관 고강도 개혁도 공식화

정부가 높은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하는 등 서민 생활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경영자의 형벌을 완화해 주는 등 '경영하기 좋은 기업 환경'을 만들어 민간 주도 성장의 기틀도 마련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획재정부의 업무 현황과 향후 정책 과제 등을 보고했다.

고물가 흐름이 지속되면서 서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재확산 등 대내외 악재로 경제 성장 둔화 가능성마저 제기되자 정부가 민생 대책과 재정·규제혁신 등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IMF 위기 이후 최악의 물가…정부, 물가 안정에 총력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6.0%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3월부터 4%를 넘어서더니 5월(5.4%)에는 5%대, 지난달에는 6%대로 치솟는 등 상승세가 가팔라진 모양새다. 이달부터는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분이 반영되면서 연중 물가 상승률이 7%대를 넘어설 거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세, 공급망 차질 등도 경제 성장의 악재로 꼽힌다. 여기에 최근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경제 성장 둔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에 정부는 정책적 역량을 총동원해 민생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물가 안정책은 유류세 인하다. 앞서 기재부는 이달 1일부터 연말까지 6개월간 휘발유, 경유, LPG 부탄에 대한 유류세 인하 폭을 37%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과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대책도 추진 중이다. 앞서 정부는 돼지고기, 식용유 등 식품 원료 7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낮추기로 했다. 커피·코코아 생두에 붙는 수입부가세는 2023년까지 면제다.

지난달 24일부터는 1조원 규모의 긴급생활지원급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227만 저소득층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앞서 2차 추경을 통해 마련한 24조600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도 이뤄지고 있다.

다음 달에는 '추석 민생대책'을 마련해 추가 대응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추석 성수품 출하와 가격 조정 등 올해 물가 관련 리스크를 보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해 이동을 제한하는 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면 (방역 상황에 따라) 조금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부는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해 수출·투자 활성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먼저 수출 증가세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물류·마케팅 등 총력 지원에 나선다. 여기에는 무역금융 지원 40조원 이상 확대, 물류 애로 해소를 위한 매달 4척 이상의 임시선박 투입 등이 포함된다.


◆기업 발목 잡는 규제 전면 철폐…'민간 성장' 유도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과 동시에 기업 중심의 '민간 주도 성장' 전환에도 속도를 낸다.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규제를 전면 철폐해 자율성을 부과하면 기업·민간 중심으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이르면 다음 주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 부처와 함께 범부처 TF를 신설하고 경영자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 방안을 논의한다. 기업이 경제 관련 법령을 위반했을 때 경영자에게 징역·벌금 등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대신에 시정조치·과태료 등 행정제재를 적용하거나 형량을 줄여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방 차관은 "전체적으로 경제형벌 조항이 있는 법을 훑어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형벌을 행정제재로 전환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있는데 이를 토대로 경영계에서 요구하는 부분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기업 활동에 영향이 큰 핵심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민 안전과 건강을 침해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경제부총리와 민간전문가가 공동 팀장을 맡는 민관 합동 TF를 이달 내 출범할 계획이다.

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법인세 대수술도 예고했다. 정부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재인 정부가 높인 법인세 최고세율 25%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할 방침이다. 현재 4단계인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21일 세법개정안을 통해 발표된다.


◆비대해진 공공기관 고강도 개혁 공식화

기재부는 공공기관 혁신을 위해 민간과 경합·중복되는 기능을 조정하고, 과도한 복리후생 및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 등 방만 경영요소를 대폭 정비하기로 했다. 비대해진 공공기관의 덩치를 줄이는 고강도 개혁을 위해 '칼'을 꺼내 든 것이다.

우선 주기적인 업무 점검을 통해 공공기관의 기능·인력 등을 조정하고, 공공기관 기능성 테스트를 통해 민간 부문과 경합하거나 다른 공공기관에서 수행 중인 유사·중복 업무를 정비한다.

과도한 복리후생은 폐지·축소하며, 불요불급한 호화 청사 등은 매각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과도하게 큰 청사 등은 매각 및 분리하는 조치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부동산과 출자지분, 해외자산 등에 대한 매각도 속도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재부는 직접 경영·감독하는 기관 수를 줄이고, 주무 부처에서 기타 공공기관에 대해 경영을 평가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공공기관 관리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영평가제도 역시 전면 개편한다. 재무성과 지표는 상향 조정하고 사회적 가치 지표는 하향 조정한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할 예정이다.


◆확장→긴축재정 전환…재정준칙 법제화 '시동'

지난 5년간 확장적으로 운영돼왔던 재정 기조는 '긴축 재정'으로 전환된다. 지난 정부에서 나랏빚이 400조원 이상 늘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재정이 크게 악화하자 재정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국가채무는 660조20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967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문 정부가 마지막으로 예산을 편성한 올해는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기준 1075조7000억원까지 불어나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돌파하게 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 지출을 포함해 지난 정부 5년간 국가채무가 415조5000억원이나 증가한 셈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개선하고 2027년 국가채무비율을 50% 중반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9월에는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하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수지 한도를 더 축소하는 방안이 담긴 재정준칙도 9월에 발표한다.

또 내년 예산안을 편성 때에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일자리안정자금 등 지출을 정비하고 '재정 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내용은 8월 말 2023년 정부의 예산안 발표에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방 차관은 "9월2일 (국회) 제출을 목표로 예산안 편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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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