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게시 일주일새 약 7만명 동의 얻어
당내에선 동의 vs '이재명 방탄용' 엇갈려
당권주자 박용진 "당헌 변경 있을 수 없어"
강훈식 "논란 제기될 수 있어…기준 세워야"
정청래 등 친명계에선 "내부총질" 반응 나와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 대표 선거에서 초반 대세론을 형성한 이재명 후보와 관련한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사법리스크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 안팎의 이 후보 지지자들이 기소 시 직무정지를 하는 '당헌 80조 개정'을 요구해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당헌 80조 개정'은 민주당이 이달 1일부터 운영한 당원청원시스템에 올라온 청원으로, 8일 오후 7시 기준 6만9572명의 동의를 얻었다.
영 규정에 따라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당 지도부에 정식 보고되고, 지도부는 30일 내 공식 답변을 하게 된다. 이에 당 지도부는 공식 답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헌 제80조는 '부패연루자에 대한 제재'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은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각급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각급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당헌 개정 요구는 윤석열 정부 검찰·경찰의 정치 보복 수사 일환으로 기소되는 경우, 당헌 80조 때문에 억울한 상황에서도 당직이 바로 정지되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에서 등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청원이 특정인을 위한 것으로, 소위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이달 중순까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고,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데 따른 내부적 조치라는 주장이다.
당권 주자 박용진 후보는 앞서 "우리 민주당 일부 열성 당원들의 우려 또한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부정부패 연루자의 기소 시 직무 정지는 한 개인으로 인해 당 전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전날(7일) 제주 권역 대회에서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된다면 그야말로 민주당은 사당화되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얼굴엔 웃음꽃이 필 것”이라며 "(당헌 80조는) 개인의 위험이 당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 안전장치다.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이날 이 후보를 겨냥한 듯한 '사당화 방지 대책안'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있을 수 없다 생각한다. 이게 논의의 절차상 5만명의 청원이 있으면 그에 대한 답을 하는 절차가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당헌) 변경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박 후보는 "국민의힘은 2005년 당시 부정부패 연루 시 바로 징계처분에 들어가는 조항을 만들었다가 2018년 그 조항이 너무 심하다해서 변경한 걸로 안다"며 "정당이 자신들의 오명을 벗기 위해 그런 조치들을 취했는데, 우리 당의 당헌당규가 개정되리라 생각지 않는다. 그것도 특정인 누굴 위해서 그런 일이 벌어져서 또 다른 사당화의 논란, 또 다른 패배로 가는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 강훈식 후보는 지난 5일 페이스북에서 "야당으로서 예상되는 검찰의 정치개입 우려에 대해 적절한 방지 장치를 두면서도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후보는 "청원에서 주장하듯 그때마다 최고위원회 의결로 직무정지를 해제하게 되면 당이 '셀프 면책'한다는 비판과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고 기준을 명확히 세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본다"며 "많은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와 검찰의 정치개입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도적 표적 수사와 기소를 통한 야당탄압, 정치개입의 가능성도 엄연하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청원에 대한 논의가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이나 지지자 사이의 갈등으로 이어져선 안 될 것"이라며 "당의 원칙과 기본을 세우는 문제이지 특정인의 유불리를 따져 결정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친이재명계 입장은 달랐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최고위원 후보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들이 원해서 탄핵되지 않았나. 그것처럼 당원들은 그런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해보자'. 이렇게 하면 될 것을 가지고 사법리스크 운운하면서 국민의힘과 일부 언론이 쳐놓은 덫을 이용해 내부총질하는 것은 동지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 후보는 "그래서 어제 인천 전당대회에서 이게 무슨 국민의힘 전당대회냐, 동지란 이겨도 함께 이기고 져도 함께 지는 것, 비가 오면 같이 비를 맞아주는 건데 김대중 대통령 정치탄압할 때도 같이 맞서 싸웠던 것이 민주당의 전통인데 이걸 가지고 내부총질하면 되겠느냐고 제가 꾸짖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현근택 민주당 전 선대위 대변인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대장동·백현동, 성남FC, 변호사비, 법인카드 유용 등 법적 문제는 5~6가지 있지만 아마 법인카드 부분만 문제 되는 것 같다. 쟁점은 두 개다. 사적으로 썼는지, 공적으로 썼는지, 그다음에 사적으로 썼으면 그거에 대해 지시를 했는지 두 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벌써 올해 2월에 나왔다. 그런데 6개월 이상 지났는데 이제야 소환한다는 것"이라며 "압수수색 다 해놓고. 그래서 저는 전당대회에 영향을 미치려는 거 아니냐, 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현 전 대변인은 "사실 당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도 "사실은 국민의힘 때문에 만들어진 논란"이라고도 했다.
그는 "왜냐하면 당 대표를 징계한다는 건 그동안 없었다. 그런데 조항 내 '각급 당직자'라는 부분에 당 대표가 포함되는지 안 되는지가 논란이 된다. 저는 이 조항을 재량조항으로 한다든지, 아니면 판결 확정 후에 하든지 그럴 필요가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와 해당 청원에 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방향성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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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