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폭우도 감당' 빗물터널 재추진…물난리 없어지나

오세훈 "강남역 등 6곳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추진"
지하 40m 내외에 터널 설치…고인 빗물 저류·배수 시설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 투입…서울시 예산·국비 지원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역 일대에 10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비도 감당할 수 있도록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배수터널·빗물터널)을 만들기로 했다. 기록적 폭우에 강남역 일대 등이 물에 잠기자 재발 방지를 위해 긴급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석열 대통령도 대심도 배수터널 건립을 지시하고 나섰다. 약 10년 전 한 차례 추진됐다가 무산된 대심도 배수터널 건설에 다시 속도가 날 전망이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정부와 힘을 합쳐 지난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개소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빗물저류배수시설은 지하 40m 내외에 터널과 같은 구조물을 설치해 집중호우 시 저지대에 고인 빗물을 저류하거나 배수하는 시설이다.

대심도 배수터널 건립 얘기가 처음 나온 건 지난 2011년이다. 2010년 광화문, 강남 일대 물난리,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등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 피해가 잇따르자 서울시가 대심도 배수터널 건립을 꺼내들었다.

당시 재임 중이던 오 시장은 상습 침수 지역인 강남역과 양천구 신월동,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배수터널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10년 간 5조원을 투입해 시간당 100㎜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해 11월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계획은 전면 수정됐다. 환경단체를 비롯해 '과도한 토목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반대가 많았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7곳 중 6곳에 대한 터널 건립 계획이 무산되고, 양천구 신월동 일대 1곳에만 건립이 완료됐다.

신월동 빗물저류시설은 지하 40m에 지름 10m, 길이 3.6㎞ 규모로 만들어진 국내 첫 빗물터널이다. 최대 32만t까지 빗물을 저장할 수 있다. 상습 침수 구역이던 신월동 일대가 이번에 큰 침수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이 터널이 제 기능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 시장도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32만t 규모의 저류 능력을 보유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지역의 경우 이번 폭우 사태에서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며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지역의 경우 시간당 처리 능력이 85㎜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진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는 이번 집중호우로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다시 물난리를 겪었다. 주변보다 10m 가량 지대가 낮은 '항아리 지형'이라 폭우 때 마다 하수가 역류하거나 침수되는 구역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5년 '강남역 일대 종합 배수 개선대책'으로 '반포천 유역분리터널' 공사와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 등을 시행했다.

반포천 유역분리터널은 2018년 착공해 지난달 완공됐지만, 주변 하수관로 정비는 마무리되지 않았다. 당초 2016년 완공 예정이던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도 2024년으로 연장됐다. 완공되더라도 방재 성능이 시간당 95㎜에 그쳐 이번처럼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상습 침수구역에 대심도 배수터널 건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항아리 형태의 구조를 지니고 있어 항상 물이 고이는 지역이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위적으로 뭔가를 뿜어내주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대심도 터널도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10년 전 중단됐던 6곳에 대한 대심도 배수터널 공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로 강남역 일대, 도림천, 광화문 지역에 2027년까지 시설 건설을 완료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으로 동작구 사당동, 강동구, 용산구 일대에 대한 시설 건립에 나선다. 이를 위해 향후 10년 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강남역 일대는 3500억원을 투입해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을 추진한다. 관악구와 동작구, 구로구, 영등포구를 흐르는 도림천은 3000억원을 투입해 빗물터널을 건설하고, 광화문에 대해서도 빗물저류배수시설 건립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의 치수관리목표도 대폭 상향한다. 시간당 처리용량을 현재 30년 빈도 95㎜ 기준을 최소 50년 빈도 100㎜, '항아리 지형'인 강남인 경우 100년 빈도, 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재원은 서울시 예산과 국비 지원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에도 나서기로 했다. 오 시장은 "대심도 터널 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이라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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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