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째 경기둔화 '경고음'…"美·中 성장 부진에 수출 제약"

기재부, 8월 '최근 경제동향' 경기 진단
물가 6.3%↑…채소류 가격 25.9% 급등
6월 소매판매 및 2분기 설비투자 감소
수출 9.2% 증가했지만 다소 둔화 흐름
"美·中 성장 부진, 향후 수출 영향 가능"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 확대와 함께 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짙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경고 수위를 높인 뒤 석 달 연속 '경고음'을 지속해 경기 둔화 장기화가 우려된다.

특히 정부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성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여 향후 우리나라의 대미, 대중 수출이 제약될 가능성을 언급하며,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여건 악화 등으로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향후 수출회복세 제약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린북 6월호에서 올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 표현을 쓰고 7월에도 이를 유지한 데 이어 이번 달에도 같은 진단을 내렸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소 완화됐으나,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 금리인상 기조, 미국·중국 성장 둔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지속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 둔화 우려는 지표상으로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오르며 두 달 연속 6%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 폭은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대다.

석유류와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 강세 속에 폭염·장마철 영향으로 농축산물 오름폭이 7.1%로 커졌다. 농산물 물가 중에서도 채소류 가격은 25.9%나 급등했다. 특히 배추 72.7%, 오이 73.0% 등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지난달 공공요금 인상 영향으로 전기·가스·수도는 전년보다 물가가 15.7% 상승했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3%), 지역 난방비(12.5%)가 모두 오르면서다. 이는 201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상승 폭이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7.9% 올라 상승 폭이 커졌다.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신선채소와 과실 가격이 뛰며 전년 동월 대비 13.0% 급등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6월 소매판매는 내구재와 준내구재, 비내구재 소비가 모두 쪼그라들면서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지난 3월부터 네 달 연속 감소세로 이는 1997년 10월~1998년 1월 이후 24년 5개월 만이다.

2분기 설비투자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0% 감소했다. 향후 설비투자와 관련해 기계수주 증가와 평균가동률 상승 등은 긍정적 요인이나 설비투자 조정압력 축소 등은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수출은 석유제품과 선박, 자동차를 중심으로 1년 전보다 9.2% 증가했지만, 두 자릿수를 기록하던 수출 증가율과 비교해 다소 둔화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은 3%, 일본에 대한 수출은 2% 감소했다.

이승한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미국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앞으로 대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도 굉장히 부진한 모습을 보여 대중 수출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얘기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수출 쪽에 대한 향후 제약이 나타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반도체 가격 단가도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p) 오르며 2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거리두기 해제 영향 등으로 회복세를 보였던 서비스업 생산은 6월에는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 생산 등이 줄어들며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다만 고용시장 훈풍은 계속됐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7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82만6000명(3.0%) 늘었다. 이는 같은 달 기준으로 2000년(103만 명)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지난달 실업자는 83만6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만4000명(-9.1%) 감소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2.9%로 1년 전보다 0.3%p 하락했다. 실업률은 1999년 이후 같은 달 기준으로 2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재부는 "추석 민생·호우 피해 복구 등 민생과 물가 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민간 경제활력 제고 및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하고 부문별 구조 개혁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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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