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3조원 수주…UAE 바라카 이후 13년 만의 쾌거

러시아 수주 이집트 원전에 터빈 건물 등 시공
우크라이나 사태 등 돌발 변수 속에 계약 성사
尹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이집트 대통령 설득해
원전 수출 '첫 걸음'…국내 원전업계 일감 공급
아프리카 후속 발판…전세계에 韓 기술력 뽐내
정부, 체코·폴란드 등 추가 원전수출 총력 동원

 우리나라가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이후 13년 만에 대규모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오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산업부에 따르면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현지시간으로 25일 오전 11시, 한국시간으로 오후 6시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러시아 JSC ASE 부사장과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다.

이집트 엘다바 프로젝트는 이집트 원자력청이 발주하고,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자회사인 JSC ASE가 수주한 원전 건설 사업이다.

카이로에서 북서쪽으로 300㎞ 떨어진 엘다바 지역에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00억 달러(약 40조원)를 들여 1200㎿(메가와트)급 러시아형 가압수형원자로(VVER)-1200 원전 4기를 건설한다.

한수원은 이번 계약으로 내년 8월부터 2029년까지 기자재 공급과 터빈 건물 시공 등 총 사업비 3조원 규모의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

원전은 열을 만드는 원자로와 원자로의 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터빈 등으로 크게 나뉘는데, 핵심인 원자로 건설은 러시아가 맡고 터빈 건물 등은 우리가 만들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번 수주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변수 속에서 체결돼서 의미를 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2017년 JSC ASE가 이집트 원자력청으로부터 수주에 성공한 뒤부터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타진했다.

이후 한수원은 지난해 12월 엘다바 원전 사업 발주사인 JSC ASE의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위기를 맞았다.



당초 4월이면 본계약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의 대(對)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6월로 한 차례 미뤄졌다.

계약을 따내도 러시아 은행에 대한 미국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제재로 공사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조달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이에 대통령실과 산업부, 외교부, 한수원, 전략물자관리원 등이 수출 통제 등에 대한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이집트 엘다파 프로젝트를 수시로 합동 점검하면서 3조원대 수주를 뒷받침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발적으로 전쟁이 발생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시작됐다"며 "일부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될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된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박 차관은 "러시아 측과 이집트 현지의 입장, 미국의 입장을 수시로 점검했다"며 "미국이 가진 입장과 배치되지 않는다는 부분을 산업부뿐만 아니라 외교부, 국가안보실을 중심으로 설명해서 미국 측이 납득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자금조달이나 회수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돌발적 상황이 생길지 모르지만 극단적 경우를 생각 안 하면 수주에 대한 대가를 받는 문제는 현재까지는 괜찮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도 직접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차관은 "윤 대통령이 이집트 최초의 원전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기업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駐) 이집트한국대사를 통해 이집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목표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원전 정책이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수주 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은 국내 원전 기자재·시공업체에 일감을 공급하고, 원전 생태계 활성화 등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신한울 3·4호기의 건설 재개까지 원전업계가 공백기를 맞는 상황에서 일감을 공급하는 등 가교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수주는 아프리카 역내 중심국인 이집트가 최초로 시행하는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향후 중동·아프리카 지역 진출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데도 의의가 있다.

또 전 세계 최저 수준의 건설단가와 100여 개 이상의 국내 기자재 업체를 바탕으로 계획된 예산과 공기 준수를 하는 우리의 원전 경쟁력과 기술력을 보여주는 계기도 됐다고도 평가된다.

박 차관은 "이번에 우리가 계약하게 된 부분에 집중해서 성공해야 후속 호기나 다른 나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그런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 프로젝트 수주하는 데 있어 사막 지역에서의 바라카 원전 수주 경험이 교두보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리의 첫 수출 원전인 바라카 원전 1·2호기는 지난해와 올해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3호기도 지난 6월 운영허가를 받고 연료 장전 등 본격적인 가동 준비에 돌입했다.

산업부는 이번 수주에 힘입어 정부의 원전 수출 컨트롤타워인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체코와 폴란드 등 사업자 선정이 임박한 국가들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체코는 두코바니 지역에 8조원을 투입해 1200메가와트(㎿) 이하급 가압경수로 원전 1기를 건설할 예정이며, 3기의 추가 원전 건설도 검토 중이다.

폴란드는 약 40조원을 투입해 2033년 신규 원전 1기 운영을 시작으로 2043년까지 6기의 원전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국가들을 대상으로 고위급 세일즈 외교를 전개하고, 전기차·배터리·수소 모빌리티·방산·공항 인프라·5G·문화원 등 국가 간 협력사업 연계를 통해 추가 수주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 기자재 업체들의 엘다바 건설 프로젝트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국내 공급사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조속하게 기자재 계약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박 차관은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 관련 기자재 업체들이 들어가기 때문에 상당 부분 우리 업체가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수주가 원전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원전 산업 경쟁력에 대해서 인정받은 계기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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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조봉식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