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g 초미숙아, 세종충남대병원 의료진 집중치료로 기사회생

죽음 고비 힘겹게 이겨낸 아기… 퇴원 이후 지원 '절실'

“모든 의료진이 100여일을 매달렸고 아기 역시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아 고비를 이겨냈다. 하지만 러시아 부모와 언니에게는 퇴원 이후 재활치료와 산소치료 등이 버거워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지난 4월 490g의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수많은 생사의 고비를 넘기고 곧 퇴원할 예정이라고 13일 밝혔다.

한국신생아네트워크의 자료에 따르면 500g 미만의 미숙아는 생존율이 35%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23주 3일 만에 출생한 아기의 생존 가능성은 더 낮다.

이런 초미숙아가 지난 4월 12일, 임신연령 23주 3일 만에 세종충남대학교병원에서 응급수술로 태어났다.

아기는 출생 직후 움직임은 커녕 호흡을 하려는 기미조차 없어 의료진은 즉시 기관 삽관을 하고 신생아 심폐소생술을 시행, 겨우 정상 산소치를 유지하며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중증의 신생아 호흡곤란 증후군으로 폐로 직접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를 두 차례나 시행했고, 설상가상으로 4일째에는 진균 감염이 확인돼 전신 항진균제까지 투여됐다.

미숙아가 전신 진균 감염 시에는 생존율이 절반으로 더욱 떨어진다. 특히 아기는 패혈성 쇼크와 심부전이 반복돼 강심제와 인공호흡기로 겨우 생명을 유지하며 버텼고 10일째에는 심정지까지 발생하는 등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또 미숙아 상당수가 겪는 선천성 심장기형의 일종인 '동맥관 개존증'으로 신부전과 심부전 쇼크가 진행되며 상태가 다시 악화됐다.

하지만 세종충남대학교병원과 충남대학교병원 본원의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유기적인 협진을 통한 수술로 개존증을 치료할 수 있었다.

이같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기 상태는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악화되는 것을 반복했다. 중증의 기관지 폐이형성증이 진행되며 인공호흡기와 질소가스로 또다시 몇 주를 버텨야만 했다.

특히 저산소 상태의 경계인 80% 정도의 산소포화도로 수십일을 버티기도 하며 간신히 생명을 유지한 상태여서 의료진조차 희망의 기대가 무너지는 듯했다.

하지만 아기는 기적처럼 고비를 넘어 조금씩 나아지더니 질소가스를 떼고 인공호흡기를 한 상태지만 출생 100일을 기념할 정도로 회복했다. 최근에는 비강 캐뉼라 만으로 자가 호흡을 하고 힘차게 젖병 수유를 할 수 있는 정도까지 호전됐다.

그러나 퇴원을 준비할 정도로 상태가 나아졌는데 러시아 국적의 부모들로서는 또 다른 걱정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퇴원 이후에 재활치료와 산소치료가 필요한 아기에게는 많은 노력과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데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정착하기 위해 넘어온 부모와 아기를 위해 세종충남대학교병원은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6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세종지역본부와 경제적 취약계층 아동들의 의료서비스 지원 협약도 검토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이다.

이병국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기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생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9살 언니의 면회를 허락했다"며 “의료진도 아기를 살리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고 아기 또한 생명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텼기 때문에 힘든 시간을 버텨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초미숙아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백질연화증이나 큰 뇌출혈도 없이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폐가 많이 약해서 집에서도 가정용 호흡보조기와 산소포화도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여러 재활치료도 진행되어야 하는데 부모의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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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 안철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