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IRA 대응 보고 안 하냐…피해액도 모르나" 지적
산업장관 "다 보고드려…법 개정, 다각적 대응하는 중"
'신재생 축소' 질타에는 "의도적으로 억제한 것 아냐"
與, '탈원전 책임론' 부각…비용 보전·태양광 비리 지적
현대차 사장 "IRA로 인지도 하락·판매망 약화" 우려도
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적기 대응 논란,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축소 등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특히 야권에서는 산업부가 미리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무능한 대응으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맹공에 퍼부었다.
반면 여권에서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신재생에너지 비리, 한국전력 적자 등을 강조하며 '탈원전 책임론'을 강조했다.
◆野, IRA 대응에 맹공…신재생 비중 목표치 축소도 지적
이날 국감에서는 산업부가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있는 IRA와 관련해 제때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비판과 이창양 산업부 장관의 항변이 반복됐다.
이 장관은 IRA와 관련해 산업부가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는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우리와 같은 입장인 일본, 유럽연합(EU) 국가의 대응 보면 인지 시점이나 대응 강도, 대응 수준, 시기 등을 우리가 전반적으로 앞서고 있다"며 "외국 언론은 한국이 가장 빠르고 독일, 일본 순이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또한 IRA 법안이 바로 공개되자마자 주미대사관으로부터 보고 받아 검토했다고도 설명했다.
이 장관은 "지난 7월 28일에 법안이 공개됐고, 공개되자마자 대사관으로부터 법안 통과를 보고받았다"며 "대사관 차원에서 이 법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업계와 협의하고, 많은 조문이 어떤 영향을 줄지 법률자문회사에 검토를 의뢰했다"고 했다.
다만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통화하기 전에 보고를 했냐고 질의하자 "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윤 대통령이 지난 9월29일 면담을 갖기 전에 보고한 적 없냐는 질의에는 "대통령실에서 참모들이 보고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지만 알 수 없고, 제가 장관으로서 (보고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IRA 법 개정에 대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는 "법 개정 노력을 하고 있고, 여러가지 채널이 있다"며 "행정부를 통해, 백악관을 통해 법 개정이 되도록 노력하고, 의회 아웃리치(대외활동)를 통해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원에서 법안 개정을 발의한 것이 있다. 법안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실무적으로 협의하며 혹시 늦어지거나 안 되더라도 우리의 이익을 추구할 방법을 모색하고, 다각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8월 휴가 기간에 IRA에 대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이장섭 민주당 의원의 언급에는 "8월 3~4일 휴가였지만 4일에는 출근해 한전의 전기 수급을 체크했고, 양일 간 거의 대기 상태로 보고 받았다"며 "휴가와는 무관하다. 정부는 통상 현안을 적절히 대응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IRA 관련 대통령실 첫 보고를 4일에 했다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와의 통화에서도 IRA법과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며 "급한 일이 있을 때 대통령한테 전화보고도 안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보고드릴 것은 다 보고 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이 "언론에 벌써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급감한다고 나왔다. 전기차 주무장관이 피해액을 모르는가"라고 꼬집자, "보조금을 7500달러를 못 받는지 4500달러를 못 받는지, 관련 전기차는 다 못 받는 건지, (배터리·광물) 부품 요건 등이 나오지 않으면 판단이 어렵다"고 답했다.
야권에서는 새 정부가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축소했다는 점도 질타했다.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2030년에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게 전 인류의 숙제인데, 우리나라 외에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축소한 나라는 없다"며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목표를 낮췄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장관은 "축소했다기 보다는 지난번 (목표로 잡은) 수준이 과도해 좀 더 세밀하게 챙겨야 한다고 해서 조정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재생에너지를 낮추거나 억제한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에너지 수급을 책임지는 정부로서 특정 에너지 비중을 숫자만 높인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2030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 30%는 쉽지 않아, 0% 초반 수준으로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나다 보면 더 높아질 수도 있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비리·한전 적자 등 탈원전 책임론도 도마
이날 여당에서는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 태양광 사업 비리 등을 부각하며 역공에 나섰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비용 보전을 문제 삼으며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7277억원을 보전해야 한다"며 "전력기금은 국민이 내는 전기료 3.7%를 떼 조성했으며, 혈세로 보전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들은 '탈원전을 한 문 전 대통령과 그에 부화뇌동하며 동조한 협력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라'고 할 정도"라며 "왜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탈원전으로 국민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했다.
같은 당 김성원 의원도 태양광 사업 비리에 산업부의 책임이 있다며 "위법 행위를 몰랐다면 산업부의 무능이고, 알면서도 내버려 뒀다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같은 당 구자근 의원은 전력산업기반기금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태양광 사업의 문제가 드러났고, 무리한 법안 개정으로 한전공대, (탈원전) 피해 보상까지 기금을 사용하면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창양 장관도 전기료 인상에 대해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이 장관은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탈원전 정책으로 현 정부에서 전기 요금이 올랐다고 주장하자, "산업부가 제때 전기 요금을 못 올린 것 대해 송구하다"며 "이번 전기 요금 인상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최근 에너지 가격 폭등이 복합 작용한 것"이라고 보탰다.
그러면서 "앞으로 전기 요금 운영에 있어서 원가를 적절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대차 사장, IRA 부작용 우려…"브랜드 인지도 하락·판매망 약화"
한편 이날 국감장에는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IRA 시행에 대한 업계의 입장을 설명했다.
공 사장은 김한정 민주당 의원의 'IRA로 인한 (전기차) 판매망 상황은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미국 현지 공장 가동엔 2~3년이 걸리고 손익분기점(BEP)까지는 더 걸리는데 그때까지 전기차 판매가 중단되면 브랜드 인지도 하락과 딜러망(판매망) 약화 등 부작용이 생긴다"고 답했다.
IRA통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보조금 액수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우리 차를 선택하기에 상당히 어려운 장벽을 만나게 된 것"이라며 "우리 회사 판매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IRA로 인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약화를 우려하면서도 구체적인 피해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공 사장은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해본 적은 있다"면서도 "시뮬레이션을 할 때 변수들이 있고 그걸 가정해서 돌려보기 때문에 레인지(범위)가 넓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정 수치를 공시적으로 언급하면 다른 논란이 일어날 여지가 있으니 양해해 달라"고 했다.
'IRA의 예외조항, 유예조치가 되지 않을 경우 상황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저희도 법의 문제점을 고쳐 영향을 줄이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정부와 국회에서도 도와주셔서 잘 되길 희망하고 있다"며 "안 될 경우에는 아까 말한대로 상당한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공 사장은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까지 갔는데 국회 산자위에서 결의안을 주도해 통과시켜주셔서 미국 의회에 상당한 주목을 끌었다"며 "많은 도움이 됐고 감사드린다"며 "정부에서도 여러 부처가 합동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계신데 저희도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서 이 문제가 해결되게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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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행정 / 허 균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