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극복 이론' 美 학자에 노벨 경제학상…"현재 상황 반영"

'2008년 금융위기' 겪은 버냉키 전 의장에 노벨상
1930년대 대공황 연구…양적완화로 경기 침체 막아
'뱅크런' 연구 다이아몬드·딥비그 교수도 수상 영예
"신뢰 잃은 시장에 정부 개입 정당화하는 근거 제공"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과정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제도 등을 연구한 미국 경제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연구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펼친 대규모 재정 투입,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책의 근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일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더글러스 다이아몬드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등 3인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1930년대 벌어진 미국 대공황을 주로 연구해온 학자다. 연준 의장 재직 시절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는 제로(0) 수준의 초저금리 정책을 장기간 유지하면서 시중에 돈을 풀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통화정책으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뛰면서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뱅크런'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 꼽힌다. 뱅크런은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상태를 우려한 고객들이 대규모로 예금을 인출하는 사태를 말한다. 은행에는 문제가 없지만 경제 악화로 금융시장 위기감이 조성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뜻한다.

이들은 뱅크런처럼 시장이 신뢰를 잃게 되면서 금융위기가 일어나는 원리와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 도구와 제도 등에 대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함께 쓴 논문에서 제시한 '다이아몬드-딥비그 모형'은 금융위기를 분석·예방하는 기초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이아몬드-딥비그 모형'은 기본적으로 유동성이 금융시장에 어떻게 공급되는지를 연구한 것"이라며 "중앙은행이 본원통화를 공급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유동성을 만들어내는 신용 창출 과정이 있고, 이로 인해 위기가 발생하면 일종의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슈를 제시하면서 이번에 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승협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3명의 수상자는 기본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한 분들"이라며 "나아가 금융의 자금 중개 기능이 경색되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어떤 정책 대응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도 연구를 했다"고 전했다.

이번 노벨 경제학상은 코로나19 극복 과정과 이후에 발생한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신뢰를 잃었을 때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이번 수상자들이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버냉키 전 의장의 경우 '대차대조표 불황' 즉, 금융시장의 위기가 실물의 위기로 전이되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를 했고, 본인의 연구 결과를 적극 이용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공헌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이들의 연구 결과는 2002년 3월 코로나19 위기가 터졌을 당시 각국 정부들이 시장에 어떤 지원을 하고, 어떤 제도적인 개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기반 혹은 정당화될 수 있는 논거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성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의 이론은 실제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에 도움이 됐고,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실제 정책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뱅크런은 매우 중요한 이슈였다"며 "최근 금융위기 이슈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관점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G뉴스코리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뉴스 / 백승원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