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vs "위협" 정의당원 성폭력 의혹 조정결렬…본안소송으로 시비 가린다

前지역위원장, 성폭력으로 '제명' 처분에 무효소송
배심원 의견 반으로 갈려…조정에 양측 모두 이의

법원이 성폭력 의혹으로 제명된 정의당 전 지역위원장이 제기한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조정에 부쳤으나 끝내 결렬됐다. 성폭력 해당 여부와 제명의 정당성을 두고 배심원 의견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린 이 사건은 본안소송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됐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8부(부장판사 정준영)는 A씨가 정의당을 상대로 제기한 중앙당기위 제명결정처분 무효확인소송을 조정에 회부했으나 지난 11일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며 조정이 결렬됐다.

정의당 지역위원장이었던 A씨(사건 당시 29세)는 2019년 8월 시민단체 활동 중 알게 된 B씨(당시 38세)와의 술자리에서 얼굴을 손으로 감싸는 등 신체접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B씨는 A씨 옆집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이를 이유로 방을 살핀 후 둘은 A씨 집으로 이동해 2시간가량을 보내며 성적 접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A씨는 동의 하에 이뤄진 접촉이며, 관계 발전 가능성 없자 B씨가 이를 성폭력으로 재구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B씨는 강간 위협과 동의하지 않은 성적 접촉이었다고 맞서고 있다.

이 사건 이후 B씨는 2019년 11월 정의당 서울시당 당기위원회에 성추행을 이유로 A씨 징계를 제소했고, 다음 해 2월 당기위원회는 A씨 제명을 결정했다.

A씨는 제명은 부당하다며 당에 이의를 제기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진행된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A씨가 항소를 제기하자 재판부는 A씨 행위가 성폭력에 해당하는지, 징계 처분이 정당했는지를 두고 조정위원단에 평의를 요청했다.

평의 결과 위원단의 의견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위원단은 피해자와 유사한 조건을 가진 법원 출입기자 중 20~30대 여성 6명, 재판연구원 6명으로 구성됐다.

성추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위원들은 둘 사이에 권력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A씨가 신체접촉 이후 사과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B씨가 '관계 발전이 어렵겠다'는 의사를 밝히기 전까지 둘의 대화를 봤을 때 당시 행위는 스킨십에 가깝고, 이를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이다.

이들은 B씨가 사건 직후 '잘 들어가요' 등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고, A씨 옆집으로 이사하려고 했던 점도 성폭력을 인정하기 어려운 근거로 짚었다.

반면 성추행에 해당한다고 본 위원들은 B씨가 신체접촉에 동의한 것은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봤다. B씨의 거부 의사가 수용됐거나 수용되지 않은 경우가 모두 있다고 해도, 의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이 있는 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들은 사건 이후 둘 사이의 대화에서 B씨가 연인관계로 발전을 기대했다고 볼 근거도 없고, 당시 B씨가 급히 거주지를 옮겨야 할 사정이 있었던 점도 참작했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정의당 당규상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범위를 폭넓게 가져가고 있는 만큼 제명 징계는 정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재판부는 평의 결과를 토대로 A씨에게 당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할 것을, 당 측에는 제명보다 한 단계 낮은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권고했으나, 양측 모두 이의를 제기하며 사건은 본안소송에서 다시 다투게 될 전망이다. 조정 결렬 시 법원은 본안 소송으로 쌍방 주장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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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 김 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