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5개월 연속 '경기 둔화' 경고…"고물가·수출회복세 약화"

기재부, '최근 경제동향' 10월호 발표
6월 이후 '경기 둔화 우려' 진단 유지
원·달러 환율 1400원대…고물가 지속
내수 다소 개선…수출 회복세는 약화

정부의 '경기 둔화' 경고음이 5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내수는 일부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와 수출 회복세 약화 등으로 경기 하방 위험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기획재정부는 19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 회복으로 내수가 완만한 개선을 이어가고 있으나, 대외 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일부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 회복세 약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올들어 처음으로 '경기 둔화 우려' 표현을 사용한 뒤, 이달까지 5개월 연속 같은 진단을 내렸다. 특히 이달에는 '경기 둔화 우려'에 '지속'이라는 표현을 덧붙여 이 같은 하방 국면의 장기화 우려를 내비쳤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주요국의 금리인상 가속화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확전 우려, 중국 봉쇄 조치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및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둔화 우려는 지표상으로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30.2원으로 지난달(1337.6원)보다 6.5%나 올랐다. 지난해 말(1188.8원)과 비교하면 16.9%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과 비교해 5.6% 상승했다. 6월과 7월에 6%대까지 치솟았던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2개월 연속 5%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석유류·농산물 등 공급 측 변동 요인을 제거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4.5% 상승했다. 특히 배추·무 등 노지채소를 비롯한 채소류 가격상승이 계속되며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6.2% 오르며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에 비해 6.5% 올랐지만 지난달(6.8%)과 비교해 상승 폭이 축소됐다.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12.8%로 높은 수준이지만, 전월(14.9%)과 비교해 상승 폭이 줄었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8월 소매판매는 내구재(4.2%)와 준내구재(2.2%), 비내구재(5.2%) 소비가 모두 증가하면서 전월 대비 4.3% 증가하면서 지난 3~7월 다섯 달 연속 감소세를 끊었다.

소비심리에도 이러한 상황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9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1.4로 7월(86.0), 8월(88.8)에 이어 3개월 연속 상승세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소비심리를 비관적으로 본다.

이는 코로나19 일상회복과 이른 추석에 따른 차례상 및 선물 준비로 음·식료품 수요가 증가하고, 승용차와 같은 내구재의 공급 물량 확보 문제가 다소 완화된 것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설비투자(GDP잠정치)도 전년 동기와 비교해 0.5% 증가했다.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3포인트(p) 하락한 것은 향후 설비투자에 부정적 요인이지만 국내기계수주 증가 등은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달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은 석유제품·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 증가한 574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주춤한 모습이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하루 평균 수출액은 2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2.2%만 늘었다.


특히 올해 수출 증가율은 1분기 18.4%, 2분기 13.0%로 두 자릿수를 유지해왔지만 3분기는 6.0% 한 자릿수로 내려앉았다. 하루 평균 수출액도 26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0.4%만 증가해 저조한 흐름이었다.

이 같은 영향 등으로 8월 산업 생산도 지난달과 비교해 0.1% 감소했다. 광공업(-1.8%), 공공행정(-9.3%) 등이 부진했으며, 서비스업(1.5%), 건설업(5.0%)은 선방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p) 오르며 4개월 연속 상승했지만, 앞으로의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과 비교해 0.2p 하락했다.

고용시장은 훈풍이 이어졌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38만9000명으로 1년 전보다 70만7000명 늘었다. 같은 달 기준으로 보면 1999년(93만5000명) 이후 2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실업자는 7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5만2000명 감소했으며 실업률은 2.4%로 0.3%p 하락했다. 실업률 역시 1999년 6월 관련 통계 집계 이래 동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기재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에 총력 대응하면서 민간 경제활력 제고와 리스크(위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경상수지 체질개선, 구조개혁 과제 등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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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윤환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