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SPL 이어 성남 샤니서도 인명사고…고용부·검경·국회 등 전방위 SPC 조사
불매운동 자중 목소리도 나와…일선 가맹점주들 "우리만 피눈물 나는 상황"
SPC그룹 계열 경기 평택 제빵 공장(SPL)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의 후폭풍이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SPC 계열사 샤니의 성남 공장에서 손 끼임 사고가 발생하며 SPC그룹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언급한 이후로는 사건의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SPC 식품 계열사 전체에 대한 강력 기획 감독에 돌입하고, 검찰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SPC 총수 일가를 고발한 사건 수사를 최근 재개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중심으로 #SPC불매 해시 태그와 함께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록이 공유되며 불매 운동에 나서자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은 SPC 브랜드를 대신해 이용할 수 있는 브랜드 목록도 함께 공유하고 있다.
한편에선 불매 운동이 확산할 경우 SPC 본사만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파리바게뜨 등 계열 매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큰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론 악화에 고용부·검찰·국회 등 SPC그룹 전방위 압박 본격화
잇단 인명 사고로 여론이 악화하자 관계 당국을 비롯해 국회까지 SPC그룹을 전방위 압박하는 모습이다.
지난 20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위 파악 지시를 내렸다"고 직접 언급했고, 같은 날 SPC그룹 계열사 SPL에 대해 고용부와 경찰이 합동 압수수색을 벌이기도 했다.
고용부는 10월24일부터 12월2일까지 6주간 SPL을 비롯해 SPC삼립, 파리크라상, BR코리아, 샤니, 호남샤니 등 SPC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강력 기획 감독을 실시키로 했다.
검찰도 나섰다. 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검찰은 2020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 부당 지원 혐의로 허영인 회장 등 SPC 총수 일가와 임원을 고발한 사건 수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강동석 SPL 대표를 24일 국감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 안전 조치 소홀 등을 따져 묻는 한편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에 적용되는 지 여부를 살핀다는 계획이다.
◆샤니 노동자 사고 추가 발생으로 궁지 몰린 SPC '당혹'
지난 23일 발생한 샤니 공장 노동자의 손가락 끼임 사고로 인해 SPC그룹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성남중원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6시10분께 성남 중원구에 위치한 SPC그룹 양산빵 계열사 샤니 공장에서 40대 남성 근로자 A씨의 우측 검지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빵 상자를 검수하던 과정에서 불량이 나온 것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려다 기계에 손가락이 끼여 사고가 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샤니 공장 사고 소식에 SPC그룹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불과 이틀 전인 21일 허영인 회장이 SPL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근로자 사망 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는데도 불구하고 이틀 만에 안전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해서다.
SPC그룹은 사고 이후 "샤니 공장에서 발생한 안전 사고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다"며 "대표이사와 노조위원장은 사고 이후 직접 병원을 찾아 직원과 가족을 만나 위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라인의 작업을 모두 중단했으며 노동조합과 함께 안전검검 실시를 진행 중이다"며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자영업자 가맹점주 피해 우려에 불매운동 자중 목소리도
최근에는 SPC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 강요를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SPC 불매운동 하지 않습니다'라는 글을 통해 최근 전개되고 있는 불매 운동이 이상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그는 "우리집을 짓다가 노동자가 사망하면 집값이 떨어질까봐 쉬쉬하는 경우가 많다"며 "먹거리 불매운동은 자신한테 피해가 없기 때문에 자신과 반대 입장을 보이는 사람을 악으로 규정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왜 피가 묻은 곳에서 일할 수 없다는 논리가 나오지 않는가"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불매 운동을 전개했을 때 가장 피해를 본 것은 젊은이들"이라며 "기업이 어려워지니 아르바이트든 정규직이든 일자리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영업자는 영문도 모르고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의 신념에 따라 불매 운동을 하는 것은 좋지만 남을 선동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SPC 가맹점주들 속앓이 "우리만 피눈물난다"
잇따른 사고로 인해 SPC 브랜드 가맹점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0대 여성 노동자의 사망과 샤니 공장 노동자의 손가락 끼임 사고 등이 잇따라 발생한 상황에서 생업에 지장이 크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공식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산업안전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SPL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질책에 저희 가맹점주들도 같은 마음이며 공감하고 있다"면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에서 생산될 수 있도록 내부의 감시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의 대학가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자극적이고 과장된 표현의 일부 언론 보도는 사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가맹점주의 어려움을 더 가중시킨다"고 토로했다.
한편에선 불매운동을 벌일 경우 SPC그룹이 타격을 입는 것이 아니라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만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불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자영업자는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이번 사고로 인해 어린 여성 노동자가 숨진 것은 너무 안타깝지만 불매운동으로 최근에는 외국인 손님만 매장을 찾고 있다"며 "불매운동을 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직영점을 중심으로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직원들의 월급을 주고 월세를 내야 하는 자영업자들만 피눈물 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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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오산 / 유명환 기자 다른기사보기